고대 로마의 몰락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지만, 가장 황금기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기부터 몰락의 전조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은 시사하는 점이 참으로 크다.
자기 방식이 최상이라는 자만심, 누구보다도 자기가 더 잘 알고 있다는 오만은 진정한 최고의 자리에서 몰락케 하는 씨앗이다. 그리고 이는 의외로 성공의 정점에서 서서히 자라는 경우가 많다.
GE가 126년 역사 동안 세계최고 기업의 지위를 유지해 온 대표적인 이유중에 하나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온 것이고, 그러한 변화와 혁신의 배경에는 GE 방식만이 유일한 길이고 더 나아가 최상의 방법이라는 생각과 관점을 갖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다. 오히려 세계 어딘가에는 현재의 GE방식보다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생각이 존재하며, 그러한 사람과 생각을 발견하고 습득함으로써, 매일 매일 더 나은 방식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행동에 옮기기를 장려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다.
최고가 되는 최상의 방법은 최고로부터 배우는 것이다(The best way to be the best is to learn from the best). 이를 요즘 경영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바꾸어 이야기 하면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습득하고 실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기업과 경제는 IMF위기 이후 소위 말하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도입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베스트 프랙티스를 발견하려는 노력에 비해 베스트 프랙티스가 실현된 경우는 적다고 할 수 있다.
GE에서는 베스트 프랙티스와 관련하여 P×A=E 라는 공식을 사용한다. P는 베스트 프랙티스, A는 베스트 프랙티스에 대한 수용 정도(Acceptance), E는 효과성(Effectiveness)이다. 아무리 좋은 베스트 프랙티스(P)도 받아들이려는 마음(A)이 없으면 효과를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들어 말하면, P가 100이어도 A가 0이면 효과는 0인 것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지식경영, 학습경영도 마찬가지다.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아내고, 데이터 베이스화하여 자료를 축적해도, 열린 마음이 없으면 효과는 보기 어렵고 죽은 지식밖에 되지 못한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선진 지식을 배우고 받아 들이며, 서로 공유하는 기업 문화 구축이야말로 지식경영, 학습경영의 요체이고, 최고 기업이 되는 길이다.
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시스템보다 더 나은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다른 기업이나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고 실현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삼성전자가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외국인들은 잘 나가고 있는 삼성이 위기의식을 갖고 일을 추진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번영기에 언젠가 찾아올 비에 대비해 우산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몰락의 씨앗을 잉태하게 된다. 겸손하면서도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humble and hungry)야 말로 진정으로 최고가 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이 말했던 '아직도 나는 배고프다(I'm still hungry)'처럼.
이현승[GE코리아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