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진리회 이유종 종무원장… 무료급식단체에 15억 쾌척, 자원봉사도 ‘솔선’
![[인터뷰]“복지에 주력, 해외동포에 희망 줄 것”](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8/8087_4_c10-2.jpg)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독립문 소공원에는 매일 점심 때가 되면 수백 명의 노숙자와 독거노인이 모여든다. 한길봉사회(회장 김종은)에서 제공하는 밥으로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다. 보통때는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주로 활동하지만 어떤 날은 유난히 순박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나타나 노숙자들에게 밥을 퍼주는 모습을 보여 주위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그는 지난달 한길봉사회에 15억원이라는 거금을 쾌척해 화제가 됐던 대순진리회 이유종 종무원장이다.
이 종무원장이 이곳을 찾기 시작한 때는 한길봉사회가 ‘노숙자와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이 동네 미관을 헤친다’는 민원에 밀려 서대문구청에서 퇴출명령을 받은 지난 8월부터다. 한길봉사회의 무료급식소가 없어지게 됐다는
'경향신문' 기사를 본 이 종무원장은 일부러 점심 때만 되면 매일 독립문 소공원을 찾아 무료급식 봉사를 했다. 이 종무원장은 밥을 먹으러 온 사람들에게 농담을 하기도 하고 용기를 잃지 말라며 등을 두드리기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다가 한길봉사회의 김 회장이 정성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진실성을 보고 “이 사람은 믿을 수 있겠구나”싶어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남몰래 한 선행이 더 빛나
“아니, 이 양반(김종은 회장)이 그곳에서만 20년째 똑같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얼마나 장한 일입니까. 내가 하는 일은 이 양반을 당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이 양반의 일을 당연히 도와야지요. 암….”
그가 봉사활동을 할 때 김 회장은 봉사하러 온 여러 노인 중 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어느날 이름도 밝히지 않고 무료급식에 사용하라며 15억원을 전해주자 이 사람이 누군인가 궁금해져 그를 찾았단다. 알고보니 이 종무원장이었던 것이다.
김 회장은 이 종무원장만 보면 연신 고개를 조아린다. “고맙잖아요. 갈 곳없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그 큰돈을 주셨는데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라며 ‘고맙다’는 말을 그치지 않는다. 그럴만도 한 것이 그동안 무료급식소를 찾아온 사람은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장관급 인사,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나 종교단체 지도자 등 우리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이 많았지만 모두 격려 한마디 던지고는 사진만 찍고 갔다. 그들 중에는 “내가 도와준다”며 큰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떠나면 그만이었다. 그나마 서대문구청에서 그동안 김 회장의 선행에 감복해 1997년 1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7년 동안 날마다 50명분의 식대로 2억원을 내놓았다. 그러나 구청은 구민의 민원에 밀려 태도를 바꾸었다.
그런 마당에 낯모르는 할아버지가 와서 건물을 살 만큼의 큰돈을 내놓았으니 김 회장이 깜짝 놀랄만도 했다. 특히 이 종무원장은 직접 몸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거액을 기부했으니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했다. 김 회장은 “20년간 이 일을 해왔지만 종교지도자가 직접 급식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한다. 한길봉사회에서는 이 돈으로 지난 9월 2일 마지막 잔금을 치르고 서대문구 연천동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을 사들여 노숙자와 독거노인의 울타리를 만들었다.
이 종무원장은 지금도 틈날 때마다 급식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한 종교단체의 대표자가 이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종무원장 입장에서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 종무원장에게 봉사활동을 일상사나 다름없다. 지금껏 불우이웃돕기나 의연금 모금에 억대의 돈을 내놓는 것은 물론 직접 발벗고 나서 봉사를 해왔다. 그는 “종교의 본질은 구제에 있는데 내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그 죄를 어찌 받을 것이냐”며 그동안 숱한 봉사활동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원래 봉사는 남들이 모르게 하는 것인데…”라며 묻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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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일은 ‘천심(天心)을 지키고 덕을 베풀면 자신에게 좋은 일이 온다’고 믿는 그의 인생관에서 비롯됐다. 이 종무원장은 “차라리 바보 소리는 듣고 살아도 나쁜 놈 소리는 듣지 말아야지요”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 종무원장은 ‘준비된 봉사자’인지도 모른다.
대순진리회 종단에서도 이 종무원장의 뜻에 따라 복지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사업·교육사업·의료사업을 많이 했다. 대진대학 등 7개 학교와 대형 종합병원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제 이 종무원장은 복지사업이 자신의 할일이라고 믿고 있다. 이 종무원장은 미아보호운동·노인잔치·경로사상선양운동·장애자 돕기·이재민돕기 등을 해오다가 2001년에는 1백43억원을 들여 사회복지법인 상생복지회를 인수해 무료 양로원과 고아원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도 ‘노인사랑방’을 설립해 소외된 노인들이 머물 공간도 마련 중에 있다.
종단 통합도 순조롭게 ‘착착’
이같은 일을 하면서도 이 종무원장 스스로는 종교지도자 같지 않은 생활을 한다. 그의 집무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신도 수백만 명에 한 달 성금만도 70억원이 넘는다고 알려진 종단의 종무원장실에 선풍기만 있을 뿐이다. “에어컨이라도 하나 놓으시지”라는 질문에 “돈이 없어요”한다. “종단에 돈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라고 다시 묻자 “내 돈이 아니지요. 내가 그걸 어떻게 함부로 쓸 수 있겠어요”한다. 그러면서 좀 멋쩍은 듯 “이제 하나 놔야지요” 하며 웃는다. 이는 이 종무원장이 31세 때까지 고향에서 농사를 지은 사람이기에 절약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종단의 돈과 개인의 돈을 철저히 구별하는 그의 청렴한 생활철학 덕분이기도 하다.
이 종무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은 해외에 있는 한민족을 돕는 일. 이 종무원장은 1997년 10월 타지키스탄공화국의 동포 청소년 41명을 모국에 초청해 모두 한복을 사 입히고 한국을 알 수 있도록 방송국을 비롯해 각종 단체를 견학시켜 민족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줬다. 러시아 연해주에는 여의도의 27배에 해당하는 1억2천만 평 규모의 대단위 농장을 인수해 그곳 동포들의 생업을 돕고 있다. 이 지역에서 나온 쌀은 2001년 5월 240t이 북한 주민에게 보내지기도 했다.
이유종 종무원장이 이처럼 좋은 일로 천심(天心)을 지킨 결과일까. 대순진리회는 최근 1999년 7월 16일 여주본부도장 점거사태로 촉발된 극심한 분규가 종결을 앞두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30민사부에서 대순진리회 종무원장으로 이 원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종단 통합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무의탁 노인을 위한 봉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이 종무원장은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해외동포에게도 희망을 주는 일을 계속 할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
사진 이규열·지호영 (경향미디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