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고](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7/7803_1_d10_1.jpg)
일본인 시부사와 사키코를 매년 흡인하는 터키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리적으로 동-서양에 걸쳐 있는 데다 유럽이면서도 이슬람과 같은 아시아 문명의 체취가 물씬 풍겨나는 독특함도 그중 하나이고 흑해-지중해-에게해 같은 멋진 바다와 어울린 아름다운 풍광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저자 사키코가 터키에 흠뻑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인정 많고 친절한 터키인이다.
저자는 도시의 버스와 돌무쉬(터키의 '미니버스'인데 크기 역시 우리나라 마을버스만하다)를 타고 에게해에서 지중해까지 여행한다. 그리고 여행길에 만난 터키의 풍경, 아르테미스 신전 같은 역사 유적, 터키인의 생활습성과 인정을 날짜별로 기록해놓았다.
저자에 따르면 터키인은 손님이 오면 무조건 뭔가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손님이 여행객이라면 절대 빈 손으로 보내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에겐 여유가 있다. 양치기와 양떼가 도로를 가로질러 가기라도 하면 그들이 안전하게 지나갈 때까지 멈춰 서서 기다린다. 승객들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 옛날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전사들이 보여주었던 용맹함, 오늘날 터키의 축구에서 보여주는 과격함과 발빠름을 별로 발견할 수 없다. 그것들은 정말 필요할 때 나오는 것일까.
저자는 비록 혼자 여행을 하지만 터키의 실상을 볼 수 있어 즐거워한다.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 유적은 때론 저자와 독자를 터키의 웅대했던 지난날로 인도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사진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모두 흑백사진이어서 현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예전처럼 문학의 한 형태인 기행문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니라면 재미와 감동뿐만 아니라 현장감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시부사와 사치코 지음, 오근영 옮김, 디드로 9,500원.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