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 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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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아더 왕 이야기

[아더 왕 이야기]는 켈트족의 전설적 왕인 아더의 일대기를 그린다. '전설'이라는 용어가 붙지만 배경은 중세다. 중세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사(騎士)다. 중세시대에 기사는 가톨릭과 함께 문학-음악-미술 등 예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사회의식과 봉건제를 위시한 사회질서도 지배하고 있었다. 십자군전쟁 이후 급속도로 몰락했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기사는 유럽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더 왕 이야기]에서는 아더 왕을 중심으로 한 이들 기사들의 활약상이 종횡무진 펼쳐진다. 왕과 기사들의 관계는 [삼국지]의 군신-주종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였다. 잘 알려진 대로 '원탁의 기사들'이란 표현이 이를 대변한다. 바위에 꽂혀 있는 보검 엑스칼리버를 거뜬하게 뽑아 왕으로 추앙된 아더나 그의 탁월한 책사 멀린, 하루에 두 번 힘이 세지는 위력을 갖고 있는 기사 가웨인, 용모와 무예가 출중한 '호수의 기사' 란슬럿 등은 모두 넓적하고 둥근 원탁에 둘러앉아 시국과 병법을 논했다. 아더 왕은 막강한 통치력을 지니고 있는 군왕이 아니라 '동등한 자들의 대표'였다. 

켈트 문화와 역사를 연구해온 저자 장 마르칼은 [아더 왕 이야기]를 통해 무수히 흩어져 있는 아더 왕에 관한 전설과 신화들을 한데 아우르려 한다. 또 하나의 이본(異本)이 아닌 '결정판'으로 삼겠다는 것이 저자의 의욕이다. 이를 위해 그는 아더 왕과 관련된 텍스트를 전부 살펴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원래 전설이나 신화는 진위 여부를 검증하지 않은 것이고 전승되는 과정에 많은 사람의 주관이 개입된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가 아무리 '결정판'의 요건을 갖추려고 노력해도 그것을 완전한 형태의 '아더 왕 이야기'로 삼기는 곤란할 듯하다.

한 예로 엑스칼리버에 대한 것을 들어보자. 아더 왕이 엑스칼리버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이 책에서 나왔듯이 바위에 박혀 있는 엑스칼리버를 15세 소년 아더가 뽑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멀린이 호수의 요정 비비안에게서 엑스칼리버를 얻어 아더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엑스칼리버가 마지막에 호수로 던져진 것을 보면 후자가 더 설득력 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년 아더가 바위에서 검을 뽑아낸 것은 쉽게 말해 아더 왕을 영웅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하나의 과정(허구)인 셈이다.

이 책을 옮긴 김정란 상지대 교수는 시인이며 문학평론가다. 그러니 번역 과정에서 자칫 문학성이나 문장의 맛 등이 훼손되지 않았을까, 라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다.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뮈토스 전8권 각권 8,900원.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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