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신화를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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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투자자, 미국 2위의 갑부, 모든 투자자가 선망하는 그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려면 경매에 참가해 낙찰받아야 한다. 경매가는 20만~30만달러. 부러워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이 남자는 워렌 버핏이다.

돈 잘 벌고 유능한 버핏에 관련된 책은 지겹도록 많이 출판되었고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버핏이 자서전을 쓰지 않아 대부분은 투자법이나 얼마를 벌었고, 위기의 회사에 어떤 조언을 해주었는지 등 그의 투자행동을 연구하는 책들이다.

자신도 영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이며 자산규모 3백60억 달러인 ‘코오퍼러티브 인슈어런스 소사이어티’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저자 제임스 올러클린은 이 책에 성공한 주식 투자자의 면모만을 담지는 않았다. 주식중개인에서 가치 투자자로, 현명한 자본 배치가이자 탁월한 리더로 버핏이 성장하는 과정을, 성공뿐 아니라 실패까지 분석해 많은 이의 공감을 끌어낸다.

버핏을 이해하려면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란 회사를 알아야 한다. 주식투자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버핏은 1965년 버크셔 해서웨이란 섬유회사를 인수하면서 난관에 부딪힌다. 경영자로 위치를 바꾸면서 투자자일 때는 알지 못하던 힘, 조직의 관성에 가로막힌 것이다. 기업은 관성의 법칙에 지배라도 받는 양 현재의 방향을 고수하려 하고, 별 생각 없이 사업확장이나 성과제도 등 경쟁사를 모방하며 잘못 가는 길인 줄 알면서도 계속 나아간다. 기업은 무절제와 어리석음 때문이 아니라 조직의 관성 때문에 망한다는 것을 버핏은 일찍 간파했다.

그는 37년간 버크셔 해서웨이의 시장가치를 연복리 기준으로 매년 25%씩 성장시켰다. 1965년에 이 회사에 1만달러를 투자했다면 지금 4천만 달러가 넘는 자산가가 돼 있을 것이다. 이런 엄청난 성공은 단지 주식투자자에 그치지 않고 CEO로, 자본을 운용하는 자본 배치가로,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로 행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익은 80%가 보험업에서 나온다. 버핏 스스로도 우울함이 가득한 업종이라고 말하는 보험업. 특히 9·11 테러 때 재보험 회사로 엄청난 타격을 받고서도 보험업이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버핏이 능동적인 투자자일뿐 아니라 수동성도 갖춘, 전략과 자제력의 경영인이어서 그렇다. “해야 할 일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가 버핏의 철학이기도 하다. 항상 마음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느 직급이건 오너처럼 행동하라고 속삭이는 버핏의 경영철학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제임스 올러클린 지음, 조성숙 옮김, 이콘출판 1만5천원.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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