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투사' 김재정 대한의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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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정 대한의사협회 회장. 그는 '투사'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당시 의료계 집단 휴-폐업을 주도해 구속까지 됐다. 그는 당시 "의료계가 정부의 의약분업 강행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진료실을 떠나게 된 것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의사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정책을 바로잡고 결국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 그가 2003년 제3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재당선되더니 또다시 '투사'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오는 2월 22일 서울 여의도 한강고수부지에서 전국의사대회를 개최하는 등 대정부 전면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 총 10만 명이 참여해 의료자유민주주의 성취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게 된다"고 밝혔다.

[인터뷰]의약분업 '투사' 김재정 대한의사협회 회장

그는 알아듣기 쉽게 말하겠다며 몇 가지 예를 든다. 그 하나가 대장암수술이다. 환자에게 대장암 덩어리가 발견되더라도 현행 제도는 직경 1㎝ 이상의 암덩어리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0.9㎝만 돼도 보험혜택은 없다.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정부에서 규정을 그렇게 정해놨으니 도리가 없단다. 하지만 대부분 의사는 임의로 암덩어리 크기를 1.2㎝로 고쳐서 기록한다. 환자에게 부담이 덜 가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이같은 거짓이 하나둘씩 나타나면 의료계가 부패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다른 문제점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질문 하나를 던진다. 감기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넘어져 이마가 찢어졌다고 치자. 정형외과에서 이마를 꿰매면 정형외과의 치료는 1차진료인가, 2차진료인가. 답은 2차진료란다. 이마를 꿰매는 경우에도 감기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진료상으로는 2차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혀 다른 병으로 치료를 했는데도 그렇단다. 이것이 지금의 '말도 안 되는 규정'이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인다.

의약분업과 관련된 문제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는 진료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후불로 지급된다. 그런데 이 진료비를 임의로 기준을 정해 삭감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진료비는 환자에 따라 매달 추가되거나 적어질 수 있는 등 변화가 있는데 정부는 약값-의사진료비-입원환자 등을 포함해 일정금액을 정해놓고 그 금액을 넘지 말라고 강제한다는 것이다. 일명 '총액예산제'라는 이 제도는 의사가 그 돈에 맞춰 약을 처방하고 입원환자를 대할 수밖에 없도록 해 질낮은 진료를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약값 포함해 1백만원 이상을 받지 말라고 강제당한 의사가 있다면 그 의사는 환자 진료 시 ㄱ이라는 약이 환자에게 도움이 돼도 약값이 1백만원을 넘으면 질이 떨어지는 싼 약을 처방한다는 것이다. 어느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 와도 공장에서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진료와 처방만 내리게 된다는 말이다. 이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의사가 진료하고 약국에서 약을 사는 조제위임제도에도 그는 불만이 많다. 약은 약국에서 사는데 조제료를 의사에게 받는단다.  의사는 처방만 하는데 왜 조제료를 의사에게 받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조제위임제도로 인해 환자의 불편이 너무 많다고도 말한다. 아이를 등에 업은 주부 환자나 퇴행성 관절염으로 잘 걸을 수 없는 노인 환자에게 약국까지 가서 약을 사라는 것은 일방적인 국가통제라는 말이다. 그가 의사 진찰 후 약받을 곳을 환자가 선택하는 이른바 '국민조제선택제도'를 주장하는 이유다. 그래야 이같은 불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인터뷰]의약분업 '투사' 김재정 대한의사협회 회장

그는 현행 국민건강보험공단제도도 심히 못마땅해한다. 의료보험료는 국민이 낸다. 그렇다면 공단의 주주이자 주인은 국민이다. 당연히 국민합의에 의해 공단대표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공단 이사장은 의료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리고는 아무런 경쟁체제 없이 일방적으로 공단을 운영한다. 당연히 공단이 관료화된다는 것이다. 공단에서 계속 국민의 고충을 헤아리지 못한 정책만 내놓는 까닭은 이처럼 공단이 관료화된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또 "공단 직원이 1만5백 명에 이른다"면서 "이들이 연 1조원에 육박하는 운영비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은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건강보험료를 착실히 내 총 14조원을 만들어놓으면 이 중 1조원 정도가 국민건강과는 상관없는 곳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공단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소 2,300명은 필요없는 인력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의료보험료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 것도 그의 불만사항이다. 국민의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공개해야 의료계의 사정도 알고 공단을 감시할 수 있는데 국민의 알권리는 전혀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국민이 자동차의 책임보험과 종합보험을 동시에 가입하듯 의료보험도 정부에서 하는 기본적인 책임보험 형식과 국민이 선택하는 종합보험 형식, 두 가지로 나눌 것을 적극 검토하라고 제안한다. 그래야 환자가 자기에 맞는 다양한 의료혜택을 충실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월 22일 있을 의료계의 대정부투쟁은 이같은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임을 그는 강조한다. 단순히 의사들만 잘 살아보겠다는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알아달라는 호소이다.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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