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총받는 밴쿠버 한인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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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커지면서 잇단 강력 범죄 발생... 한국-베트남인 연루 이민사회 위축

캐나다 서부 연안도시 밴쿠버는 관광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지중해성 기후로 네 계절이 온화하며 자연환경이 수려해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도시로 명성이 높다. 유네스코가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여러 번 선정했을 정도이다.

[월드리포트]눈총받는 밴쿠버 한인타운

이처럼 '살기 좋은 밴쿠버'에서 최근 강력범죄가 잇따라 일어나 비상이 걸렸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지역이 생활 거주 환경이 비교적 좋은 곳으로 알려진 코퀴틀람과 버나비이다. 이 지역은 한국인 동포가 많이 거주해 한인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는 비할 수 없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권이 형성돼 있다.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배추와 무우 등 김장 채소는 물론, 김과 젓갈까지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식의 음식문화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자주 찾는 곳이다. 그래서 밴쿠버에서 한국인의 입김이 가장 강한 곳으로 꼽힌다.

이 지역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전철이 들어오면서이다. 주민은 부동산 시세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고, 상권이 더욱 커지면서 지역경제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 지역으로 접근이 용이해지자 크고 작은 충돌이 자주 일어나기 시작했다.

코퀴틀람-버나비 한국인 상권 형성

지난해 말 이 지역 한 인터넷 카페에서 자기들을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이 중년남자를 집단 폭행했다. 올 들어서는 두 번의 총기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이들 사건이 모두 청소년에 의해 일어난 것이고 지난 6월 총기 사망 사고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국인 10대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밴쿠버 교민의 충격은 더욱 크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이 지역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시비가 붙었다. 총격 2급 살인 혐의로 구속 수감된 19세의 김모군은 캐나다 이민 2세로 베트남 이민자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너무 시끄럽다"며 항의하는 피해자 이모군에게 욕설을 하고는 베트남 갱단으로 보이는 친구에게서 권총을 건네받아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강력 사건은 드물기는 하지만 신흥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한다는 점에 밴쿠버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또다른 신흥도시인 뉴웨스트민스터(New Westminter)의 주택가 아파트에서 총성이 울렸다. 이곳 경찰 기동대와 이에 합류한 버나비와 써리, 랭리 등 인근 도시의 대규모 경찰 병력이 헬리콥터까지 동원한 5시간의 추격전 끝에 용의자를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의 경찰관이 다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었다.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일어난 총기 범죄에 지역 베트남 갱단이 관련됐다는 제보가 이어지자 경찰이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7월 31일 코퀴틀람의 RCMP(지역 경찰국)와 관계당국자가 부랴부랴 주민을 모아 지역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설명회를 연 것은 지역주민의 불안감이 얼마나 확산되고 있는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설명회에서 버나비경찰국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한인 타운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순찰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월드리포트]눈총받는 밴쿠버 한인타운

안전한 관광도시 명예 위기 고조

코퀴틀람경찰국은 정복경찰은 물론 사복경찰의 순찰을 늘리고 이 지역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상인에 대한 불법행위 단속도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찰의 순찰활동 강화가 상권을 위축시킬 것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경비 인력을 증가시키겠다는 경찰의 설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단순히 경비 인력을 증가시키는 것만으로 이 지역의 범죄를 없앨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도 만만찮다. 이 지역의 범죄가 지역 주민에 의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통 접근이 용이해졌고 노래방이나 술집 등 유흥가가 확장되면서 예상된 일인 만큼 단순한 경찰병력 증강만으로는 범죄 발생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지역의 범죄 발생 위험성이 경찰의 이런 노력만으로 쉽게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 도시가 팽창하고 이민자가 늘어나는 등 인구 증가가 눈에 띌 정도로 높아지면서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반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을 이민자 증가에서 찾는 분위기에 반발해 이를 또다른 형태의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밴쿠버 신도시 주변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이건간에 밴쿠버 당국과 시민은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관광도시라는 명예를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퀴틀람에서 지역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설명회가 열리던 날, 30분 정도 떨어진 시내에서는 매년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일주일간의 불꽃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밴쿠버는 관광도시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중 다양한 행사와 안전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밴쿠버의 명성과 이런 노력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캐나다 이민 '선구자' 애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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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위 박사의 장례식이 토론토와 밴쿠버에서 치러져 캐나다 한인 사회가 애도에 잠겼다. 지난 7월 25일 캐나다 서부 밴쿠버에서 별세한 정 박사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초대 총장과 건국대 총장, 한국신학대 학장 등을 역임하고 캐나다에서 한국인 및 일본인에게 목회활동을 했던 캐나다 한인 사회의 교육-종교계 거목이었다. 향년 86세.

1917년 만주 용정에서 출생한 정 박사는 광복 후 캐나다 토론토 대학 빅토리아  컬리지로 유학했다. 1949년 빅토리아 컬리지를 졸업하고 귀국한 그는 50년 백낙준-김활란-유진오-전택부씨 등과 함께 '캐나다이민협회'를 창설하여 캐나다 연방정부가 한국인 이민을 적극 수용하도록 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1959년에는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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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부터 68년까지 건국대 총장을 거쳐 69년부터 14년 동안 캐나다 연방도시 오타와의 칼튼 대학 동양학부에서 동양종교학 교수로 활동하다가 한국신학대의 초빙으로 귀국, 학장직을 맡았다.

캐나다 최대 개신교 종파인 연합교회의 총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토론토 대학-빅토리아 대학의 명예학장으로 재직 중인 이상철 목사는 7월 29일 전화통화에서 "정 박사는 한국인의 캐나다 이민을 위해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캐나다인에게 한국인의 철학과 동양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헌신했던 위대한 선구자였다"며 고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정 박사의 장례식은 7월 28-31일 밴쿠버와 토론토에서 각각 거행됐다.

밴쿠버/강영준 통신원 landfirst@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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