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추적해온 신종 입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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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들이 지난 30여 년 간 추적해왔던 새로운 종류의 입자를 발견해냈다. 이 입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인 쿼크 5개로 구성돼 있는데, 이 때문에 '펜타쿼크'(pentaquark)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번 발견은 [네이처]와 같은 과학저널뿐 아니라 영국 국영방송인 BBC에서도 소식으로 다뤘을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입자의 발견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얘기하기에 앞서 물질의 기본입자에 대한 연구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학 이야기]30년 추적해온 신종 입자 발견

우주방사선 통해 빠른 입자 얻어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0년 전인 1803년 영국인 돌턴은 획기적인 원자설을 내놓았다. 원소는 개개의 입자적 물질, 즉 원자로 돼 있고 화학반응으로 분할될 수 없고 같은 원소의 모든 원자는 모든 점에서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그 질량이 같으며, 화학물은 상이한 원소의 원자의 간단한 수의 비례에 의해 결합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돌턴의 원자설은 실험적 근거에 입각한 것으로 이후 자연과학에 원자론이 본격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100여 종의 원자를 발견했다.

오늘날 원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가 아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원자는 (+)전기를 띠면서 질량의 99.9% 이상을 갖는 원자핵, 그리고 (-)전기를 띠는 전자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1932년 원자핵은 양성자, 그리고 양성자와 질량이 거의 같으면서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로 다시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렇게 되자 과학자들은 물질의 궁극적인 기본입자가 과연 어느 수준까지 내려갈지를 궁금해했다. 그래서 원자 속 미시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우주방사선을 이용하거나 입자의 속도를 점점 높이는 가속기를 발전시켰다. 원자 속을 들여다보려면 탄환과 같은 속도가 빠른 입자를 때려야 가능하다. 우주방사선과 가속기를 통해서 빠른 입자를 얻을 수 있다. 1937년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중간자가 발견됐다. 그리고 1950년쯤부터는 급속히 많은 소립자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약 300종의 소립자가 알려져 있다.

이처럼 원자보다 작은 입자가 양성자와 중성자뿐 아니라 수백 종에 달한다는 점은 과학자들에게 매우 혼란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962년 이론물리학자인 겔만은 새로운 이론적 체계, 즉 쿼크학설을 내놓았다. 겔만은 쿼크라는 입자를 도입함으로써 수백 종의 소립자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즉 쿼크 3개로 구성된 중입자(baryon)와 2개의 쿼크로 구성된 중간자(meson)로 말이다. 예를 들어 중성자나 양성자는 중입자에 속하며 3개의 쿼크로 이뤄져 있다.

쿼크가설이 등장하면서 과학자들은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쿼크는 업-다운-참-스트레인지-톱-바톰의 6종류로 나뉜다. 그렇다면 이들 쿼크가 어떻게 양성자나 중성자 같은 입자를 구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왜 단지 2종류의 쿼크 물질만이 존재하는 것일까. 4개 또는 5개나 6개의 쿼크로 구성된 입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이같은 의문에 대한 이론적인 결과는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펜타쿼크, 중성자ㆍK중간자 결합 형태

[과학 이야기]30년 추적해온 신종 입자 발견

펜타쿼크 발견은 2000년 두 물리학자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일본 오사카 대학 핵물리연구센터의 다카시 나가노 박사와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노르딕 이론물리연구소의 드미트리 디아코노브 박사는 2000년에 열린 학회를 참석했다. 그 둘은 학회가 열리는 동안 여러 차례 점심을 같이했다. 이때 디아코노브 박사는 나가노 박사가 계획했던 실험이 펜타쿼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펜타쿼크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분석법을 제안했다.

디아코노브 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나가노 박사는 연구를 수행했다. 나가노 박사 연구팀은 일본 고베 근처의 SPring-8이라는 가속기를 이용했다. 그들은 탄소 입자에 고에너지의 감마선을 때림으로써 펜타쿼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펜타쿼크는 3개의 쿼크로 이뤄진 중성자와 두개의 쿼크로 이뤄진 K중간자가 결합한 형태였다.

나가노 박사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학회에 처음으로 발표했다. 당시 대다수 사람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몇 달 후 미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에 위치한 토마스제퍼슨 국립가속기센터의 연구그룹이 나가노 박사의 실험 결과를 확인했다. 이곳뿐 아니라 펜타쿼크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실험이 여러 연구소에서 이뤄졌다. 그 결과 세계적인 물리학 저널인 〈피직스 리뷰 레터스〉 7월 4일자에 이번 펜타쿼크의 발견 논문이 게재됐다.

펜타쿼크의 발견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물리학적 발견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으로 알기 어렵다. 하지만 우선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에 대한 새로운 분류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바이러스의 발견으로 생물과 무생물에 대한 새로운 분류체계가 필요했듯이 말이다. 

나가노 박사는 "이번 발견은 초기 우주에 대한 몇 가지 이론, 즉 빅뱅 후에 쿼크들이 어떻게 결합해서 물질을 형성하게 됐는지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2개와 3개의 쿼크로 이뤄진 물질에 대한 연구가 벽에 부딪쳤는데, 펜타쿼크가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해줄지 모른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는 "펜타쿼크가 현재 우주에서 쉽게 발견될 것 같지 않다"면서 "아마도 블랙홀에나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있는 BaBar 가속기에서는 4개의 쿼크로 구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중간자에 대한 증거가 보고됐다. 하지만 아직 이 연구 결과에 대한 해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박미용〈동아사이언스 기자〉 pmi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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