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원에 월세 3백만원짜리 최고급 아파트에서 살면서 휴가 때가 되면 고급 휴양시설을 싼 값에 즐긴다.'
이쯤 되면 대다수 샐러리맨이 꿈꾸는 이상적인 생활에 근접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월드리포트]일본 '공무원이 샘이 나'](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5/5145_1_e3-1.jpg)
일본의 국가공무원은 전국적으로 1백11만여 명. 이들은 우선 급여에서 일반 봉급생활자를 크게 앞서고 있다. TV아사히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연봉은 25세 초임 공무원이 3백9만엔, 45세 본부성(중앙부처) 과장급이 1천1백50만엔, 본부성 국장급이 1천9백7만엔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샐러리맨의 연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월세 3백만원짜리 아파트 임대
일본 공무원 급여체제는 한국과 매우 유사하다. 본봉은 적게 해놓고 각종 수당은 과다 지급해 보수총액을 높이는 구조다. 수당의 명목도 참으로 다양하다. '한냉지 수당' '낙하산대원 수당' '하와이관측소 수당'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잘 알다시피 일본의 집값과 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죽하면 '살인적인 물가'라는 표현이 나오겠는가. 1990년 초부터 계속된 장기불황과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집값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도쿄의 도심의 집값은 여전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런데도 일본 국가공무원은 도쿄 시내의 최고급 주택가에서 살 수 있다.
![[월드리포트]일본 '공무원이 샘이 나'](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5/5145_2_e3-2.jpg)
국가공무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이것만이 아니다. 일본에는 콤비니(우리로 치면 복지매점에 해당)라고 부르는 공무원을 위한 편의점이 발달되어 있다. 국가공무원은 콤비니에서 일반 편의점에 비해 11% 정도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회와 언론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 개혁정부를 외치는 고이즈미 내각조차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각료는 국회 답변에서 아예 노골적으로 공무원의 입장을 두둔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개혁을 추진한다는 고이즈미 정부가 공직 개혁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NHK가 지난 6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갖고 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0%가 관료라고 대답했다. 2위는 미국(25%), 3위는 자민당(24%), 4위는 수상(19%)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4위를 차지한 수상이 1위를 차지한 관료를 개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나 할까.
"관료주의 때문에 망하기 직전 와 있어"
![[월드리포트]일본 '공무원이 샘이 나'](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5/5145_3_e3-3.jpg)
최근 필자는 시즈오카현립대학의 초청연구원 자격으로 일본에 체류하기 위해서 외국인등록을 했다. 무려 3주가 지나서야 외국인 등록증을 받게 돼 불편을 겪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해도 한국의 '속도전식 행정'이 훨씬 나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우리는 문민정부 이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개혁 구호를 되풀이해 듣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노무현 정부 역시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개혁을 핵심 국정 아젠다로 설정했다. 살을 애이는 자기 개혁을 통해 국정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청와대에서 공직생활을 했던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공직 개혁이 모든 개혁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생각이 든다. 공공 부문의 생산성과 투명성이 가장 뒤떨어지는데 어떻게 다른 분야의 개혁을 주도한다는 말인가. 한국의 대형 국책사업이 표류나, 공공기업의 집단이기주의 표출 등도 결국 미진한 관료 개혁이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급여 수준이 민간기업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한국의 경우, 공직 개혁이 급여 수준을 높여주면서 투명성과 생산성을 함께 제고하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참여정부는 공무원이 최고 권력집단으로 인식되는 일본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도쿄/권기식 통신원 kingkakwo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