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윤무영 | 그림·김용민>
“어떤 사람이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5분 안에 즉석으로 서민으로 만들어 줍니다. 혹 잠시 서민이 됐다고 불안해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겉으로 서민을 만들어 주는 것일 뿐입니다. 고객의 지갑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서민 컨설팅, 안심하고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컨설턴트 고객의 자녀 분은 어디에서 결혼했나요?
고객 6성급 호텔에서.
컨설턴트 아, 그냥 조그만 교외라고 합시다. 청첩장은 물론 돌리지 않고 몰래 검소하게 치렀죠.
고객 네….
컨설턴트 서민으로서는 아주 감동적입니다. 스폰서는 있나요?
고객 네.
컨설턴트 그럼 그 분은 잠시 서민하는 동안 외국으로 보내시고…
여비서 사장님, 이 고객님은 컨설팅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컨설턴트 왜?
여비서 이 분은 벌써 서민이 됐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컨설턴트 도대체 어떤 경쟁업체에서 이 분을 벌써 서민으로 만들었어. 우리보다 더 유능한 사무소가 있단 말이야?
여비서 청기와 서민컨설팅 사무소에서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저분은 이제부터 서민이라고.
컨설턴트 그럼 할 수 없지. 딴 분 들어오세요. 백 선생님, 어떻게 서민으로 만들어 드릴까요?
서민이 서민 노릇하는 것은 쉽지만 부자들이 서민 노릇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이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을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지만 보기에 안쓰러울 뿐이다. 서민이 아닌 사람을 서민처럼 만들고 싶어하는 정부·여당의 노력이 눈물겹다. 진짜로 서민이 되는 길은 모 공직후보자의 경우처럼 아주 쉽다. 자리에 물러나면 바로 진짜 서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