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서민컨설팅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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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2판4판]한나 서민컨설팅 사무소

<글·윤무영 | 그림·김용민>

“어떤 사람이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5분 안에 즉석으로 서민으로 만들어 줍니다. 혹 잠시 서민이 됐다고 불안해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겉으로 서민을 만들어 주는 것일 뿐입니다. 고객의 지갑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서민 컨설팅, 안심하고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컨설턴트 고객의 자녀 분은 어디에서 결혼했나요?

고객 6성급 호텔에서.

컨설턴트 아, 그냥 조그만 교외라고 합시다. 청첩장은 물론 돌리지 않고 몰래 검소하게 치렀죠.

고객 네….

컨설턴트 서민으로서는 아주 감동적입니다. 스폰서는 있나요?

고객 네.

컨설턴트 그럼 그 분은 잠시 서민하는 동안 외국으로 보내시고…

여비서 사장님, 이 고객님은 컨설팅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컨설턴트 왜?

여비서 이 분은 벌써 서민이 됐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컨설턴트 도대체 어떤 경쟁업체에서 이 분을 벌써 서민으로 만들었어. 우리보다 더 유능한 사무소가 있단 말이야?

여비서 청기와 서민컨설팅 사무소에서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저분은 이제부터 서민이라고.

컨설턴트 그럼 할 수 없지. 딴 분 들어오세요. 백 선생님, 어떻게 서민으로 만들어 드릴까요?



서민이 서민 노릇하는 것은 쉽지만 부자들이 서민 노릇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이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을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지만 보기에 안쓰러울 뿐이다. 서민이 아닌 사람을 서민처럼 만들고 싶어하는 정부·여당의 노력이 눈물겹다. 진짜로 서민이 되는 길은 모 공직후보자의 경우처럼 아주 쉽다. 자리에 물러나면 바로 진짜 서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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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