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 새로움을 욕심낸 거대한 지리멸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관건은 이야기다. 그릇을 아무리 새롭게 갈아치워도 결국 그 안에 담기는 것이 ‘맛’과 ‘영양’의 중요한 정수이자 본질이니 말이다.

/유니버설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

제목: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Jurassic World: Rebirth)

제작연도: 2025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33분

장르: 액션, 모험, SF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스칼렛 요한슨, 조나단 베일리, 마허샬라 알리, 루퍼트 프렌드

개봉: 2025년 7월 2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1993년 공개된 <쥬라기 공원>은 영화사에 획을 그은 중요한 영화 중 하나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소설부터가 당대의 베스트셀러였고, 가족 모험 영화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아직 실험단계에 머물고 있던 영화 속 컴퓨터그래픽의 사실상 완성단계를 보여준 작품으로 높이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지만, 실상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인해 이후 급속하게 사라지게 되는 애니매트로닉스 같은 아날로그 수작업 특수효과가 비중 있게 쓰인 작품이라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에서 10억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함은 물론이거니와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 편집상, 음향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며 완성도 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당연히 4년 주기로 2개의 속편이 이어진 후 시리즈가 종결된 듯 보였지만, 12년이 지난 2015년 <쥬라기 월드>라는 개명 아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고, 이 역시 3편까지 이어졌다.

회를 거듭할수록 작품에 대한 평가는 하향됐지만, 흥행에는 꾸준히 선전해 팬들에게는 애증과 기대를 함께 모으는 시리즈가 됐다.

보통의 경우 시리즈가 길어지면 동반되는 장점보다 불거지는 단점이 많다. 일단 전편의 세계관과 인물들을 인지해야 온전히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한계는 새롭게 영화를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에 있어 어쩔 수 없는 복제와 반복이 동반할 수밖에 없고, 방향성에서도 관객들의 기대를 벗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심기일전

바로 앞에 나온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2022)은 여전히 흥행에는 성공했음에도 시리즈를 통틀어 최악의 속편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평가가 좋지 않았다. 특히 시작인 <쥬라기 공원>에서부터 중요한 소재이긴 했지만,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던 ‘생명 복제의 윤리’라는 엄중한 화두를 얄팍하고 오락적 사고의 장황설로 무책임하게 확장했다는 지점은 크게 손가락질받았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 전체의 제작자로 사실상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역시 속편들에 대한 불만이 적잖았다고 전해지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부제에서 드러내는 것처럼 앞서 나온 6편의 전작과는 확실히 선을 긋는 새로운 기획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정보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실제로 영화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또 첫 번째 작품 <쥬라기 공원>이 지향했던 ‘부담 없는 가족 모험 영화’로서의 본질에 회귀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인다.

전직 특수부대 요원 출신인 작전 전문가 조라(스칼렛 요한슨 분)는 신약을 개발 중인 대형 제약회사의 제안을 받아 공룡의 피를 채취하기 위해 과거의 동료들을 모아 길을 나선다. 이 과정에 요트 여행 중 사고로 표류하던 델가도 가족이 합류하게 되면서 이들의 여정은 더욱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다.

기시감 가득하고 익숙한 모험의 한계

포스터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이야기는 여전사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분한 조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표면적으로 과거 비중 있는 배우들을 골고루 포진시켰던 앙상블 캐스팅을 접은, 외양부터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과연 ‘새로운가’에 대한 의문에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돌이켜보면 보안과 청결이 최우선일 최첨단 연구실 안에 아무렇지도 않게 초콜릿 봉지를 버리는 연구원이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가 영화의 불안하고 방만한 본질을 암시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연출을 맡은 가렛 에드워즈는 장편 데뷔작 <몬스터즈>(2010)부터 거대 괴수물을 만들었다는 독특한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바로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아 <고질라>(2014)를 연출하며 대형 감독으로 급성장했고,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크리에이터>(2023) 등 대작들을 내놓고 있다. 전력만 보면 이번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의 감독으로 가렛 에드워즈만큼 적임자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시사회 이후 감독의 장점이 극대화됐고, 공룡들 액션의 쾌감이 남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관객 개개인의 취향과 안목에 따라 각자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부분이다.

관건은 이야기다. 그릇을 아무리 새롭게 갈아치워도 결국 그 안에 담기는 것이 ‘맛’과 ‘영양’의 정수이자 본질이니 말이다.

2025년 하반기 할리우드 기대작

/ imdb.com

/ imdb.com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여름 시즌 영화들의 각축이 시작됐다. 하반기도 변함없이 소위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대작들의 특색은 이미 흥행한 작품들의 속편이나 리부트(Reboot·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새롭게 만드는 것)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7월 9일 개봉하는 <슈퍼맨>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마블 코믹스 영화의 절정기를 만든 주역 중 하나였던 제임스 건 감독이 소속을 옮겨 라이벌인 DC 코믹스의 대표적 영웅을 부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항해 마블은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7월 24일 개봉 예정)로 맞불을 놓는다.

현대 액션 영화의 아이콘이 된 <존 윅>(2014)의 외전인 <발레리나>(8월), 2000년대 가장 흥행한 공포 프랜차이즈의 대명사가 된 <컨저링>(2013)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자 최종 장을 선언한 <컨저링: 마지막 의식>(9월), 컴퓨터그래픽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첫 영화로 대접받고 있는 <트론>(1982)의 세 번째 작품 <트론: 아레스>(10월)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12월에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불과 재>가 공개될 예정이다. 총 5부작으로 기획했다고 밝힌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으로 이번에는 불과 화산의 부족이 등장한다고 한다.

리부트되는 작품의 면모도 흥미롭다. 황당 허무 개그의 대명사 <총알 탄 사나이>(1988), 극악 살벌한 부부싸움을 그린 <장미의 전쟁>(1989) 같은 1980년대 대표 코미디 영화들의 귀환은 당시를 기억하는 중년들에게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스크림> 열풍과 함께 1990년대 청춘 공포 영화의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1997년 원작의 배우들이 다시 출연하는 속편의 성격도 겸하고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시네프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