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밥을 지어요>는 이재명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2018년 낸 책입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의 밥상 풍경과 집밥 레시피를 담은 책이라고 합니다. “김혜경은 하루 세 번 밥상을 차린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내 덕분에 삼식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중략) 성공한 사람의 곁에는 훌륭한 아내가 있다는 말이 있다. 김혜경을 보면 이 말에 수긍이 간다”는 출판사 서평도 있네요. 앞치마를 두른 김 여사가 요리를 하고 식탁을 차리는 사진들은 도정 업무로 바쁜 남편을 위해 뒷바라지하는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만큼이나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관심도 큰 것 같아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 부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 여사가 한복을 입고 등장한 모습이 화제가 되고, 이 대통령의 순방길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김 여사가 가지런히 두 손 모은 채 옆에 서 있는 모습도 주목받았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보다 더 돋보이려 하고 화려한 공개 행보를 해온 모습과 대비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 내조라는 호평이 나왔습니다.
김혜경 여사의 행보에 안정감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만, 한편으론 ‘조용한 내조’, ‘단아한 국모’ 프레임에 대한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로망이나 환상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마치 김건희 여사를 향한 비판의 기저에 ‘여자가 너무 나댄다’는 남성중심적 사고가 깔려 있음을 느끼던 것과 비슷하다 할까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불법·월권 의혹들은 철저히 규명돼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대통령 부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소구하는 데에 있어 여전히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억압적인 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얼마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순방지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기 직전 부인 브리지트 여사에게 얼굴을 얻어맞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된 바 있어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질 바이든 여사가 백악관 내에서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참모들의 군기반장 역할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한국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삼성생명의 회계 문제를 집중 분석합니다. 일반 대중은 알기도 어렵거니와 기업 내부의 재무제표 처리 방식인 회계가 최근 업계에선 꽤 중요한 이슈인데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재용 회장의 승계 구도 및 새 정부의 대기업 관계 설정과는 어떤 함수 관계가 있는지 들여다봅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임되면서 양곡관리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자 입장이 180도 달라진 송 장관의 논리는 무엇인지, 뭐가 쟁점이고 어떤 방향이 사회 전체의 편익에 맞는 것인지 분석했습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십대여성건강센터’가 곧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