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전남 여수 낭도-젖샘 막걸리가 그리워지는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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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90) 전남 여수 낭도-젖샘 막걸리가 그리워지는 여름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남 여수의 낭도는 외떨어진 곳이었다. 한번 들어가려면 배를 타고 한참을 뱅 돌아야 간신히 닿았다. 그때만 해도 고요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에 포근함이 느껴지던 섬이었다. 다리가 놓여 육지에서 차로 들어가는 지금과는 달랐다. 그럼에도 아직 변하지 않은 하나가 이 섬에서 나오는 막걸리다.

낭도는 장점이 많은데, 그중 제일은 물이다. ‘젖샘’이라는 샘물이 나온다. 젖샘은 바닷물과 섞이지 않아 철분이 많다는 게 이 섬 주민의 설명이다. 이 물을 마시면 젖이 잘 돌고, 그 젖을 먹으며 오랜 시간 사람이 살아왔다는 거다. 그 맛 좋다는 샘물로 막걸리를 만드는 술도가가 있다. 강창훈 사장은 낭도에서 얼굴이 가장 많이 알려진 유명인사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섬의 대소사를 챙긴다. 그래서 섬을 다녀간 사람치고 모르는 이가 없다.

이 섬을 찾았다면 그가 만든 막걸리를 마실 수밖에 없다. 여행이나 캠핑, 낭도에 와야만 마실 수 있기에 사람마다 두 손 가득히 막걸리를 쟁여간다. 한 번은 그가 막걸리를 담글 때 곁에서 지켜보았다. 귀한 쌀로 고두밥을 만들고, 누룩을 섞어서 술로 만들어가는 과정. 그 많은 양을 혼자 했다. 그 고단함에 젖샘의 물이 더해져 익어가는 막걸리. 다디달았던 그 막걸리가 그리워지는 여름밤이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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