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 주인공 드웨인 존슨과의 인터뷰하는 천재이승국 / 유튜브 채널 <천재이승국> 섬네일 갈무리
유튜브 채널 <천재이승국>(이승국)을 즐겨 본다. 영화 리뷰와 배우 인터뷰를 주로 업로드하는 채널이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영화 유튜버 사이에서 공고한 브랜드 가치를 지녔다. 시장 내 1위여서가 아니다. 구독자 수는 <지무비>, <고몽>, <김시선> 등 다른 채널이 더 많다. 이승국이 특별한 점은 인터뷰 질문이 좋다는 평판에 있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2019) 주인공 드웨인 존슨과의 인터뷰는 이승국이 유명해진 계기로 꼽힌다. 인터뷰 전 그는 과거 프로레슬러 ‘더 락’으로 활동했던 존슨의 시그니처 포즈를 따라 한쪽 눈썹을 올리고는 “어린 시절 당신은 내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엔 존슨이 하와이 태생이자 사모아족 혈통이며, 영화에 사모아 문화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함께 언급하고는 “지금 하와이에 있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가”를 물었다. 존슨은 “좋은 질문”이라며 감격한 표정이었다.
부러웠다. 칭찬은 어려운 일이다. 살짝만 삐끗해도 민망하거나 어색해지기 쉽다. 이승국은 자연스럽게 이걸 해낸다. 타인의 발언이나 촬영장 에피소드 등으로 에두르는 화법 덕이다. 질문도 호응이 크다. 영화 출연자로서 어필하고 싶을 만한 이야기를 꺼내기 좋게 판을 만든다. 인터뷰 상대 개인사와 커리어, 최근 발언까지 충실히 공부한 결과다. 셀링 포인트란 걸 본인도 아는지, 채널은 질문과 인터뷰이의 호의적 반응을 엮어 쇼츠로 재생산한다.
이승국이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회차를 본 뒤엔 생각이 복잡해졌다. MC가 인터뷰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특종을 뽑아내야 하는 언론인도 아니고… 인터뷰를 처음 접할 때부터 제 관심사는 그거거든요. ‘나를 만나는 스타가 나랑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가면 좋겠다’, ‘공격적으로 느끼지 않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본인 질문의 구성 요소가 아닌 뿌리를 직시한 발언이었다. 요즘 말로 ‘메타 인지’가 되는 사람이랄까.
좋은 질문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인터뷰 기사 작성을 위한 대화는 상대의 경험, 생각을 듣는 게 목적이다. 속내를 끌어내려면 유연한 대화가 필요하다. 비판 대상과의 비공식 인터뷰는 더 민감해서, 슬쩍 추켜세우다 상대가 허튼소리 할 땐 동조하지 않는 식으로 아슬아슬 줄타기한다. 반면 권력자의 기자회견은 아픈 질문이 기본값이다. 모순을 지적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 팬덤은 손쉽게 ‘나쁜 질문’을 규정하고 ‘내 편 유튜버’에 환호하곤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기자 질문 생중계’를 두고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이유다.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 인터뷰 코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그러고 보면 요즘 즐겨 찾는 콘텐츠 상당수가 이승국스럽다. 이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언론을 향한 시민들의 날 선 질타를 떠올리며 내가 게으른 물음, ‘답정너’ 질문을 던진 적 없는지도 되돌아본다. 다만 시청자·독자들의 영역 구분도 필요하지 싶다. 그 차이를 알리는 일도 우선은 언론 역할일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승국은 제기한 적 없지만 내 안에 남은 질문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