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학생 운동의 아이콘, 86세대의 황태자, DJ의 정치적 양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게는 화려한 수식어가 많습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을 지낸 그는 1996년 서른두 살 때 국회의원에 당선돼 스타 정치인으로 주목받았습니다. 2002년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해 이명박 시장에게 패했지만, 40% 이상을 득표하며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죠. 그러나 그해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정 후보 측에 서면서 정치적 고난이 시작됐습니다. ‘철새 정치인’ 이미지가 굳어졌고, ‘김민새’라는 별명마저 생겼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등 2020년 21대 총선으로 다시 배지를 달기까지 18년이 걸렸습니다.
야인 생활이 너무 길어서였을까요. 총리 후보자가 된 후 나오는 각종 금전거래 관련 의혹을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2002년 서울시장선거 출마 당시 불법 정치자금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것에 대해 김 후보자는 정치 검찰의 표적 사정에 따른 것이었다, 2018년 11명으로부터 1억4000만원을 빌린 것은 신용불량 상태에서 추징금과 세금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불가피하게 도움을 받은 것이었다는 요지의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채무만 6억원에 육박하던 재산이 5년 새 8억원 가까이 증가한 데 대해선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세비 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던 상황에서 수억원의 추징금 납부에 아들 유학비 지출, 2억원에 달하는 교회 헌금까지 내고도 자산이 증가하다니, 정말 마법 같지 않나요. 김 후보자는 경조사와 출판기념회 등으로 들어온 수입이 있었다며 “다 소명이 된다”고 했지만, 그렇다면 그동안 재산 신고를 제대로 안했다는 얘기인데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말하는 것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했던 사람에게 또다시 수천만원을 빌려 쓴다는 발상 역시 상식적이진 않구요.
압도적인 여당 의석수나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감, 그리고 국민의힘과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더 분노하는 여론 등을 고려하면 김 후보자가 낙마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유리한 정치 지형과 여론만 믿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않는 오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가까스로 회복한 명예가 언제 또다시 실추될지 모를 일입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전 국민에게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되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다룹니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지역화폐의 경제적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지역화폐의 목표와 취지, 효용과 한계 등을 다각도로 짚어봤습니다. 대선 공약 중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정책이 적지 않지만, 최근 2년간 8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습니다. 새 정부는 세수 확충을 어떻게 해나갈지, 재정 운용 방향은 무엇인지 들여다봅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과 내각 등의 고위직 인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 정부 인사의 특징과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