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관계자들이 6월 18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있는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검찰개혁 5대 핵심 과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검찰은 한국사회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거머쥐고 정적 제거와 특권 유지 등의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했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들어왔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국민의 검찰개혁 시도가 계속됐고, 마침내 때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3명은 지난 6월 11일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보다 앞서 검찰청을 폐지한 후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직접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는 검찰개혁 4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들 법안에 따르면 수사는 수사관이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하게 된다. 공소 제기 및 수행은 검사가 공소청에서 하게 된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에 한해 수사, 공소는 공수처가 모두 수행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치인·대기업 등 중요범죄 수사와 모든 형사사건의 소추를 독점해온 검찰청은 폐지된다. 결과적으로 오랜 기간 전관 부패로 얼룩진 검찰 카르텔은 그 물적 토대가 붕괴하기 시작할 것이다. 수사와 공소권 행사는 공정성을 지니고 법률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다. 검사 출신으로 대통령까지 된 윤석열이 12·3 불법 계엄이라는 친위쿠데타로 장기집권을 획책했다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몰락했다. 현재 우리는 ‘빛의 혁명’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힘으로 검찰청 폐지를 완수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세 가지 법안이 말하는 것
검찰청법 폐지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검찰청 폐지의 당위와 현실을 알 수 있다. 법안은 “현행 검찰청법은 1949년 제정된 이래 70여 년 동안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으로 작동해왔다”고 전제한다. 이어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적시하며 “형사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또 세계 주요 민주국가들 대부분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 법은) 검찰이 재판에서의 당사자로서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 기소와 공소 유지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국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공소청법안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분리를 통한 상호견제와 각 기관의 전문성 강화를 들고 있다. 법안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분리됨으로써 상호 견제를 통한 책임성과 효율성이 동시에 담보하며, 무리한 수사나 부당한 불기소 등의 우려 역시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살려 범죄를 철저히 밝혀내고, 기소기관은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합리적 판단을 내리게 돼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의 합리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중수청법안은 종래 검찰의 부당한 수사와 전관 부패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선택적 수사, 별건 수사 등 처벌이 필요한 권력자들을 외면하고,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버리곤 했음. (중략) 전관부패로 천문학적인 고액 수임료를 받는 등 검찰 카르텔이 형성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매우 낮다 보니 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음.”
법안이 통과되면 개개 검사와 수사관 또한 터널 시야와 확증편향이라는 인지적 오류에서 벗어나 사실과 증거관계를 더욱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12년 조선형사령 이후 계속돼온 검찰의 수사권 남용으로부터 실로 110여 년 만에 국민이 해방돼 기본권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계 주요 민주국가의 보편적인 제도로 검찰이 정상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된 이유
프랑스 혁명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일반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는 소추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검찰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수사권까지 가지면서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변질했다. 나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일제 식민통치의 잔재이고, 나머지 하나는 반민주적인 독재정권이 통치수단으로 검찰을 이용한 점이다.
해방 직후인 1945년 미 군정은 자기 나라처럼 검찰의 강제 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훈령을 발포했다. 그러나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국회에서 검찰과 경찰 중 누가 ‘파쇼(권위주의 독재)’가 될 위험성이 큰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 끝에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갖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이 제정됐다.
당시 검사 출신의 엄상섭 의원이 말했다. “검찰 파쇼보다 경찰 파쇼의 경향이 더 세지 않을까? 이런 점을 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오직 우리나라에 있어서 범죄 수사의 주도권은 검찰이 갖는 게 좋다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장래에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수사권하고 기소권하고는 분리하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국회에 출석한 한격만 당시 검찰총장 역시 “이론적으로 말하면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사에게는 기소권만 주자는 것은 법리상으로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검사는 기소권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나, 일제 ‘순사’가 남아 있는 경찰에게 수사권까지 주는 것은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이다. 이처럼 검사의 수사권 부여는 일제 잔재가 남아 있던 경찰의 특수성을 고려한 한시적이고 예외적인 입법 조치였다.
이후 7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검찰권의 남용과 해마다 검찰 수사 대상자가 목숨을 끊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하고자 했으나 번번이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와 조직적인 여론전에 막혔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 정권을 극복하려는 빛의 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개혁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혁명의 열망이 검찰 조직에서 수사부서를 완전 분리하는 의미에서의 ‘검찰청 폐지’로 초점이 모아졌다. 물론 전·현직 검사들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나, 내년 9월 시행을 목표로 발의된 검찰청 폐지법안 등이 끝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될 것으로 믿는다.
한편 검찰개혁을 말할 때 검찰청 폐지와 더불어 검사가 가지는 영장청구권을 빠뜨릴 수 없다. 검사만이 영장청구권을 가진다는 규정은 1962년 헌법에 처음 등장했다. 박정희가 5·16 쿠데타를 일으켜 국회를 해산한 뒤 국가재건최고회의 의결 후 국민투표에 부쳐 개정된 비정상적인 헌법이었다. 이는 체포, 구속,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대한 법원의 허가장인 영장의 청구권자를 오로지 검찰로 일원화하는 것으로서 독재체제를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쿠데타 세력의 불순한 시도로 이해된다.
역사상 모든 혁명은 종국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통치구조를 규정하는 헌법의 개정으로 완성된다. 그러므로 검찰청 폐지와 검사의 영장청구권 역시 헌법에서 삭제돼야 할 것이다.
<한동수 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