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준 기자
“내란에 동조하는 국민이 저렇게 많다니 도대체 말이 됩니까.”
대선 결과가 나온 지 며칠 뒤 만난 한 지인이 절망적이라는 듯이 말했다. 대선 출구조사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은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9.42%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15%를 얻었다. TV에 출연한 한 보수성향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4%)의 표를 더하면 “보수 진영 표가 더 많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국민의 선택은 내란 종식이었고, 그 결과 정권이 교체됐다. 그럼에도 찜찜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까닭은 49.42 대 41.5 그리고 8.34라는 이 묘한 숫자들 때문일 것이다.
저 숫자들이 내란 종식과 내란 옹호를 대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장 이준석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 찬탄 대 반탄의 구도로 보면 대선 결과는 6 대 4로 나뉜다.
그래도 남는 저 41.1%를 설명할 정확한 답은 없다.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묻는 여론조사에서 ‘잘못됐다’고 응답한 사람조차 열에 채 세 명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41.1%는 내란 옹호와는 별개의 목소리로 봐야 한다. 그냥 ‘민주당과 이재명이 너무 싫어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양 진영에서는 상대편을 악마화하는 전략을 지속해왔다. 보수진영에서는 이재명이 악마였고, 진보진영에서는 윤석열이 악마였다. 그래서 한쪽에서 거부권, 다른 한쪽에서는 릴레이 탄핵으로 대치할 때 양쪽 지지자들은 상대방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번 대선이었다. 계엄이라는 등골 서늘한 비상국면에서도 ‘그래도 너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저만큼 나왔다.
이번 대선의 시대적 소명이었던 내란 종식은 정권 교체로 이제 발을 뗐다. 내란 특검을 통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동조 세력과 가담 세력을 발본색원하는 작업도 곧 이뤄질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 편은 다 되고, 하늘이 두 쪽 나도 너는 안 된다’는 진영주의자들이 득세하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이 대통령이 취임 일성에 ‘정치 복원’을 넣었다. 극한의 진영 대립 한가운데서 살아남은 그가 과연 어떤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본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