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기자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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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들이 브리핑룸에서 질문하는 모습을 생중계한다고 합니다. 그간 브리핑을 하는 대통령실 사람들만 카메라에 잡던 관례에서 벗어나, 브리핑룸에 카메라 4대를 추가로 들여 질문하는 기자들 모습도 중계하겠다는 겁니다. 국민의 알권리와 브리핑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하네요. 카메라에 익숙한 방송 기자도 아니고, 평소 남들 앞에 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 같은 기자들은 궁금한 게 있어도 손들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기자들 마음과는 달리 일반 대중의 여론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이제 생각 좀 하고 질문하길’, ‘받아쓰기 수준은 높아지겠네’, ‘무슨 질문하는지 얼굴 좀 보자’ 등의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많은 언론이 수준 이하의 기사를 쓰고 있고, 권력을 제대로 견제·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적잖은 것이죠. 답을 정해놓고 의도된 질문을 한다거나 취재원 발언의 일부만 인용하는 왜곡 보도, 정파적 편향성을 갖고 ‘내로남불’식 잣대를 들이댄 언론이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생중계되고 있음을 의식해 좀더 고민하고 준비한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면 사회 전체의 편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 경우 이름과 직함을 숨긴 채 ‘고위관계자’, ‘핵심관계자’로 기자들에게 백그라운드를 설명하거나 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등의 일도 앞으로는 없어져야 할 듯 해요. 국민의 알권리와 브리핑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대통령실 역시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모든 걸 오픈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죠.

또 대통령실이 예로 든 “백악관 프레스룸”처럼 운영하고자 한다면, 기자와 대변인이 브리핑 과정에서 고성으로 설전을 벌이거나 기자가 대변인 말을 중간에 끊고 공격적으로 되묻는 등 “백악관 프레스룸”처럼 질의응답이 오가더라도 기자를 향한 인신공격이나 신상털기 같은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지 않도록 대통령실이 지지층을 설득해야 할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그 정도 언쟁쯤은 쿨하게 넘기는 게 진정한 “미국식” 아닐까요.

이번 주 주간경향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 다시 추진될 검찰개혁의 내용과 전망을 다룹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다룰 특검 수사의 쟁점들도 짚어봤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를 쓴 김동현 전 미국의소리(VOA) 기자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정부하에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어떻게 먹힐 수 있을지 짚어보고, 농촌 주민들이 마을의 태양광발전 시설에 투자해 그 수익금으로 마을 운영을 하는 경기도 여주 구양리 사례를 들여다봅니다. 헌법재판소의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판결 이후 대체복무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징벌적이라는 점 때문에 처벌을 감수하고 대체복무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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