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본 세상] 박종철들의 아픔이 있기에 오늘이 있다](https://img.khan.co.kr/weekly/2025/06/17/news-p.v1.20250612.d885cc313c8c41379ca9a2fe358a5c53_P1.jpg)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하고 인권을 짓밟았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지난 6월 10일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제38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도 이날 개관한 기념관에서 열렸다.
탱크가 밀려오는 듯한 육중한 철문 소리, 좁고 가파른 나선형 철계단을 내디딜 때마다 울리는 쿵쿵 소리, 눈을 가린 채 도착한 고문 피해자들에게 이곳은 소리부터 공포였을 것이다. 빛이 들지 않는 지하실인 줄로만 알았던 조사실은 5층에 있었고, 취조와 고문을 위해 세심하게 설계됐다. 물고문을 당했을 욕조는 공포스러웠다. 16개의 조사실은 양옆으로 엇갈려 배치돼 조사실 문을 열어도 마주하는 건 벽뿐이었다. 자해를 막기 위해 책상과 의자는 바닥에 고정돼 있고, 창문은 빛 한 줌 들어올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1987년 1월 고 박종철 열사가 이곳에서 물고문을 당하다 숨졌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민주항쟁의 신호탄이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박종철’의 비명이 이 건물에 쌓였다. 조사실 한쪽 벽면에 난 한 뼘 남짓한 쪽창을 통해 밖을 바라봤다. ‘민주주의는 끝이 없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