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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0.8%. 한국은행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입니다. 기존 연 1.5%에서 반토막 가까이 줄였습니다. 사실상 성장이 멈춘 상태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해외 기관들의 전망치는 더 박합니다. 0.3%까지 낮춘 곳도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1년 동안 1%도 성장하지 못한 시기는 1954년 통계 집계 이후 다섯 번밖에 없습니다.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입니다. 6·25전쟁 직후, 중동발 오일쇼크,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모두 역대급 위기 상황이었죠. 올해는 어떤가요. 불법 계엄으로 절정에 달한 국내 정치 불안이 오랜 기간 이어졌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과 함께 몰아친 통상 환경의 변화가 있었죠. 모두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인 건 맞습니다만, 앞선 다섯 차례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 견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0%대 성장 전망이 대세가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조적인 성장 정체기에 진입했고, 이에 대한 경고음이 오래전부터 울렸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손 놓고 있었던 게 컸다고 봅니다.

생산, 소비, 수출, 투자 등 최근 지표를 보면 희망적인 게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소득이 늘어도 돈을 쓰지 않는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아요.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0년 전과 비교할 때 30대 이하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소득이 늘었지만, 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모든 연령대에서 떨어졌습니다. 미래가 불안해서 못 쓰고, 100세 가까이 살지 모르니 아껴 쓰고, 안 쓰는 데 익숙해져 계속 안 쓰는 상황 아닐까요. 이런 소비 습관이 고착화된다면 내수 침체가 단순한 경기 부양책으로 해결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날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세력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다”면서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경제 살리기부터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새 정부의 실력을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역대 가장 많은 표를 받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의미와 과제를 정리해봤습니다. 의회 내에 190석 가까운 범여 성향의 의석까지 갖고 있어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대통령이 자신의 ‘절대 반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성패가 갈릴 거라고 봅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서울 강남에선 아파트 한 채가 130억원대에 매매되는 등 부동산시장의 초양극화가 뚜렷합니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전개될지 짚어봅니다. 대선 패배 후 내부 갈등이 본격화될 국민의힘의 앞날을 전망해보고, 혐오의 언어를 대선후보 TV토론이라는 공론장으로 끌고 나왔던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선후보의 인식과 태도도 짚어봤습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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