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성신여대 법대 교수

지난 6월 1일 서울 세종로사거리 주변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전국주일연합예배에서 전광훈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독교는 예수를 믿고 예수를 통한 구원과 영생을 갈구하는 종교다. 그리고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종교다. 특히 16세기 종교개혁으로 등장한 개신교(Protestant)의 핵심 사상은 이른바 복음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복음주의는 바로 예수의 가르침을 받들어 실천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신앙을 뜻한다.
그런데 예수의 가르침은 사랑, 용서, 평화, 평등, 관용, 도덕, 헌신과 희생,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 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상을 섬기지 않고, 온유하며, 권력과 돈을 배척하고, 탐욕을 멀리한다. 아울러 사회의 잘못된 인습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할 것을 요구한다. 한마디로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거다. 따라서 당시에 예수는 도덕철학자이자 혁명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현실은 어떤가? 상당수의 개신교 목회자와 신도들의 행태를 보면 그러한 예수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지극히 멀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 교회의 대형화, 기득권화, 세습화, 부의 축적과 탐욕,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면모, 지나친 배타성과 선민의식, 편협성과 불관용, 다양성의 배제, 독선, 헌법상 정교분리원칙의 거부 등이 오늘날 타락한 개신교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늘 기득권 세력과 권력층 등 강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심지어 충견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굳이 배려가 필요 없을 강자를 축복하고 약자는 안중에도 없다. 한마디로 예수가 그렇게도 경고했던, 돈과 권력에 한없이 집착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또한 일부 목회자와 교인들의 도덕적 타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왜곡된 반공이념과 결탁해 극우·기득권화
한국 개신교의 특성 중 하나는 반공이념과의 결탁이다. 우리 사회에서의 반공이념은 전체주의적 공산주의를 배격하고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이념이라기보다는 일제강점을 정당화하고 치부를 숨기며 부당한 기득권과 지배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수단으로서 악용돼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은 8·15 광복 이후 일제히 반공을 부르짖으면서 독재정권의 앞잡이가 됐고, 이들 대다수가 오늘날 타락한 개신교의 뿌리가 됐다.
이처럼 개신교계 상당수가 이러한 왜곡된 반공이념과 결탁해 극우화·정치화·기득권화됐다. 평화를 지향하고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종교의 특성상 이처럼 잘못된 반공이념은 기독교의 본질과 조화될 수 없다. 예수의 정신대로라면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북한과의 평화 정착을 위한 다각적 노력도 경주해야 할 텐데, 남북분단 이후 주야장천 반공과 남북대립을 기치로 일로매진하고 있다. 평화를 거부하고 북한을 고립시키고 악마화해 남북 간의 긴장을 최고조로 높여 늘 한반도를 전시에 준하는 위기의 냉전 구도로 고착화하고 평화적 통일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위상과 기득권을 확고히 하고자 한다.
더욱이 언제부터인가 반민주·반법치·독재·극우 세력과 결탁해 부정과 부패의 고착화에 일조하고 있다. 수많은 개신교도가 과거 일제에 부역했음은 물론, 해방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등 독재정권의 지지 세력이자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독재정권은 개신교를 통해 정통성을 보완하고, 개신교회는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성장했다. 한마디로 부패와 불의의 먹이사슬로 상호 보완재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먹이사슬에 개신교에 의해 설립된 많은 부패한 사학재단도 자신들의 재산과 기득권 수호를 위해 참여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이처럼 불의한 과거의 청산에 반대하면서 필연적으로 사대주의적·식민주의적 행태를 보여왔다. 이는 대한민국의 역사성과 주체성을 부정하는 작태이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헌법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한편 상당수의 개신교도가 작금의 헌정 파괴의 주범이자 내란 수괴인 윤석열 정권의 탄생과 그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윤석열 정권과 그 지지 세력의 행태는 예수가 그토록 금했던 무속과 미신 등 우상숭배의 전형인데, 이를 알면서도 지금까지 지지하는 것을 보면 작금의 한국 개신교도의 상당수는 예수의 가르침과 기독교의 교리보다는 현실 정치와 권력 및 탐욕에 경도돼 스스로 미신과 우상 그 자체가 됐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개신교, 정치권력·반공이념·돈과 삼위일체
아울러 최근 윤석열 탄핵과 내란 정국에서 상당수의 개신교회와 신도가 탄핵 반대와 헌법재판소 공격, 특정 정치인 지지 또는 비난, 정당 설립 및 선거 참여 또는 개입 등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는 정교분리라는 대원칙을 규정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과거부터 정경유착이 우리 사회의 병폐로 비난받아 왔는데, 이제는 정교유착이 또 하나의 병폐가 됐다. 즉 정치권도 개신교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지위와 이권을 확장해왔고, 개신교회도 정치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탐욕을 채워나갔다. 그런데 최근에는 더 나아가 개신교가 정치권력 그 자체가 됐다. 그리고 스스로 돈 버는 기업체가 됐다. 한마디로 오늘날 한국의 개신교는 정치권력과 반공이념과 돈과의 삼위일체 그 자체가 됐다. 타락의 온상이자, 자신들이 그렇게도 저주하는 사탄이 된 것이다.
예수가 재림한다면 작금의 대한민국 기독교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거 독일 히틀러 시절 나치와 파시즘에 저항했던 기독교인들, 서독 시절 동서독 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기독교인들, 세계 곳곳에서 목숨을 걸고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단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봐라. 예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돼라. 예수를 통한 구원과 영생은 예수의 가르침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얼마 전 선종했다. 약자를 위해, 평화를 위해 기도했던 교황은 평등과 정의를 몸소 실천했던 성직자로 기억한다. 나는 무신론자지만,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그 사제의 모습은 프란치스코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분은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고, 진정한 기독교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 얼마나 정확하고 적확한 말인가. 그분이 그토록 갈구했던 주님 곁으로 가셔서 영원한 사랑과 평화를 누리시길 바란다.
<정연주 전 성신여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