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최종장이라는 분위기를 내려는지 2년 만에 나온 속편 영화의 제목은 ‘파이널 레코닝’이다. 종장답게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떡밥, ‘토끼 발’의 실체도 이번 편에서 드러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제작연도: 2025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69분
장르: 액션, 어드벤처, 스릴러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 크루즈, 헤일리 앳웰, 빙 레임스, 사이먼 페그, 바네사 커비, 에사이 모랄레스, 폼 클레멘티에프, 그렉 타잔 데이비스
개봉: 2025년 5월 17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안 봤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앞서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2023) 말이다. 예고한 것과 같이 이번에 개봉한 영화는 ‘파트 2’에 해당한다. 이야기와 주요 등장인물이 그대로 이어진다. 전편도 2시간 43분짜리인데 이번 편은 조금 더 길다.
전편의 시작은 러시아 잠수함 사고 장면이다. 러시아가 개발한 이 신형 스텔스 잠수함 세바스토플호에는 나중에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된 AI ‘엔터티’의 초기모델이 장착돼 있었다. 이 AI가 폭주해 북극해의 어느 심해에서 세바스토플호의 함장과 승조원들을 속여 스스로 발사한 어뢰에 격침당한다. 엔터티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9개의 핵무장국 시스템을 장악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도록 인류의 멸망을 꿈꾼다. 인류문명이 파괴된다면 엔터티의 운명도 위험해질 텐데? 이 사악한 AI의 계획에 따르면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아프리카 콩고의 한 동굴 속에 마련된 서버로 도피할 참이었다. 즉 안전한 퇴로를 마련한 뒤 인류의 상호확증파괴를 불러올 핵 단추를 누를 계획이었다.
AI와 숙명적인 대결 펼치는 비밀 첩보원
당연히 그 계획은 노련한 첩보원 에단 헌트(톰 크루즈 분)가 저지할 계획이다. 톰 크루즈는 1996년의 장편영화 첫 편부터 29년 동안 총 8편 제작된 이 시리즈의 주인공 에단 헌트 역을 맡았다. 이전부터 그와 함께한 ‘IMF’(Impossible Mission Force·불가능 임무조직)의 베테랑 해커 벤지와 루더가 팀을 이뤘다. 주요 팀원은 한 명 더 있다. 남의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슬쩍하는 데 신의 경지에 오른 여성 사기꾼 그레이스(헤일리 앳웰 분)다. 세계를 위협하는 인공지능 엔터티의 폭주를 막으려면 북극해 심해에 수장된 세바스토플 잠수함 안 초기 버전 AI 소스 코드를 가져와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주인공이 있다면 악당도 있게 마련. 엔터티와 편을 먹은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 분)이다. 에단의 회고에 따르면 32년 전 가브리엘은 그의 연인 마리를 살해했고, 그 때문에 에단은 어쩔 수 없이 IMF 조직에 합류했다. 엔터티가 자신의 에이전트로 가브리엘을 선택한 것도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인류 말살 세계정복 계획’에 에단이 방해자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그의 숙적을 일부러 고른 것이다.
에단에게 주어진 임무는 여전히 달성하기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심해에 가라앉아 있는 잠수함에 잠입하기도 어렵지만, 임무를 달성하고도 맨몸으로 나오면 살기 힘들다. 잠수병 때문이다. 깊은 물속에 들어가면 수압이 높아지면서 공기 중 78%를 차지하는 질소가 몸안에 녹아들어 간다. 감압 없이 나오면 몸속 질소가 기포를 형성해 생존 불가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들어간 뒤 물속 언덕에 걸쳐 있던 잠수함은 미끄러져 더 깊은 심해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해내는 것이 에단의 특기 아니던가.
심해에서 공중까지 이어지는 스펙터클
이번 편을 끝으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거의 사실인 것 같다. 전편의 제목을 잇는다면 ‘파트 2’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하는데 최종장이라는 분위기를 내려는지 2년 만에 나온 속편 영화의 제목은 ‘파이널 레코닝’이라는 이름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최종결산이라고나 할까. 종장답게 이 시리즈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떡밥, ‘토끼 발’의 실체도 드러난다. 3편에서 당시 IMF 국장은 “그놈의 토끼 발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는 에단의 질문에 ‘종신 근무하면 알려주겠음’이라고 답하면서 관객들의 분노를 샀다. 그 토끼 발의 실체라는 게 결국 AI의 진화와 관련된 거라는데 뭔가 좀 허망한 결론이긴 하다.
톰 크루즈는 특히 이 시리즈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모든 스턴트 액션 장면을 직접 연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어서인지 깊은 바닷속에서 공중 비행기 날개 위까지 미련 없이 온갖 스펙터클에 다 도전해본 듯하다. 전편에선 이탈리아 관광지에 경찰차와 경찰 오토바이가 나오는 걸 보고 ‘아, 추격 장면이 나오겠군’ 하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경찰차를 훔쳐 달아나는 그레이스를 경찰오토바이로 에단이 쫓는 시퀀스가 이어졌다. 이번 편엔 오토바이 추격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토바이 추격 액션은 이제 다 해봤다는 걸까.
‘미션 임파서블 1’에서 명단 털린 CIA 서버실 요원의 그 후 삶

/경향자료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다. 소리를 내서도 안 되고 바닥에 발을 딛고 서도 안 된다. 심지어 실내온도가 변해도 외부 침입 경보가 울리게 된다. 에단 팀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천장의 환풍구를 통해 밧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것이다. 공중에 뜬 채로 컴퓨터에 접속해 비밀명단을 빼 오는 임무. 그런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로프를 잡고 있던 팀원이 쥐를 보고 놀라 에단은 바닥으로 추락할 뻔했다. 얼굴을 타고 내리는 땀방울도 바닥에 떨어진다면 요란한 경보음이 울릴 판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보지 않았어도 다 알고 있는 유명한 1편(1996) 장면(사진)이다. 그런데 그 배탈 나 자리를 비웠던 CIA 팀원은 귀신같이 명단을 털린 후 어떻게 됐을까. 이번 최종장 영화에 그의 소식이 나온다.
결국 그는 사건의 책임을 지고 CIA 본부에서 잘리고 한직으로 밀려났다. 북극해의 한 고도(孤島)에서 해저 음파 탐지하는 시설 관리원으로 살아왔다.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하필이면 그곳이 극비로 감춰졌던 러시아 잠수함 침몰 지점 근처였고, 직후에 사건을 은폐하러 나온 팀에게 데이터는 털렸지만, CIA에 근무할 때부터 얼굴에 ‘너드(Nerd)’라고 쓰여 있는 그는 충실히 음파가 탐지된 좌표를 외워 기억하고 있다가 잠수함 속 소스 코드를 입수하러 무모하게 북극해로 온 에단 팀에게 넘긴다. 그 전직 CIA 서버 관리 요원은 고립된 생활이라고 하지만, 에스키모인 부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다. 어떻게 보면 에단 때문에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라 원망할 수도 있으련만, ‘덕분에’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게 됐고, CIA 본부 지하실에 근무하면 얻지 못할 대자연 속의 삶을 얻게 됐다며 달관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에단의 ‘마지막 임무’에서 이들 부부도 상당한 활약을 하지만, 그 작전으로 이들 부부의 보금자리도 사라졌다. 그들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뿔뿔이 흩어졌던 에단 팀이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에서 재회하면서 마무리된다. 그런데 이 부부는 막판에 꽤 역할을 했는데도 그 자리엔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다시 자신들이 살던 섬으로 돌아간 걸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