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와 의사결정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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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지금까지 생성형 AI는 주로 마케팅 문구 작성, 보고서 초안 생성, 디자인 시안 제작 등 콘텐츠 생산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의 발전은 훨씬 더 복잡하고 중대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예고한다. SAP의 ‘쥴(Joule)’, 세일즈포스의 ‘아인슈타인 AI’ 등 거대 IT 기업들이 앞다퉈 선보이는 엔터프라이즈 AI 솔루션은 생성형 AI를 업무 환경 깊숙이 통합하려는 야심을 보여준다.

이들은 다양한 내부 데이터와 외부 시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잠재적 리스크를 경고하며, 복잡한 시나리오별 예측 모델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특정 시장 진출 전략의 성공 확률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시뮬레이션하거나 공급망의 최적화 방안을 제안하고, M&A 대상 기업의 가치를 다각도로 평가하는 식이다.

이는 과거 인간 분석가들이 수주 혹은 수개월에 걸쳐서 해야 했던 작업을 AI가 단 몇 초, 몇 분 만에 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연산 도구가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인지 능력을 확장하는 강력한 ‘디지털 참모’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금융, 의료, 물류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 솔루션은 이미 해당 분야의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AI의 능력은 인간 의사결정자가 지닌 한계를 보완하며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한다. 인간은 직관과 경험, 창의성을 바탕으로 복잡한 비정형적 문제에 대처하는 데 능하지만,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거나 편견 없는 분석을 수행하는 데는 취약점을 드러낸다. 반면 AI는 데이터 처리 능력과 패턴 인식에서는 인간을 압도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나 윤리적 가치 판단에는 미숙하다.

따라서 AI가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근거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공하면, 인간은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인 전략적 판단과 윤리적 책임을 담보하는 ‘증강된 의사결정(Augmented Decision-Making)’ 모델이 이상적인 협업 형태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AI 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 인간 심사역의 판단을 보조해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의료 분야에서는 AI가 의료 영상을 분석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등 이미 인간과 AI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의사결정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수록 윤리적 딜레마는 더욱 첨예해진다. 만약 AI의 판단 오류로 인해 기업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사회적 물의가 야기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AI를 개발한 프로그래머, AI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 아니면 최종적으로 ‘승인’ 버튼을 누른 인간 담당자인가? 현재로서는 명확한 법적·윤리적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생성형 AI는 의사결정의 풍경을 바꾸는 강력한 동인이지만, 그 자체로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이 혁신적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고 통제해 인간 중심의 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인가?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매몰되기보다 그 기술이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에 미칠 다층적 영향을 숙고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주체성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인문학적 성찰과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야 할 때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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