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영도구 동삼동 연안-종도 많고 ‘말’도 많은 망둥이](https://img.khan.co.kr/weekly/2025/05/14/news-p.v1.20250507.f8b7cfa0237e4187a5149e22e67cc818_P1.jpg)
농어목 망둑엇과로 분류되는 망둑어류는 적응력이 강하다. 염분이나 수온 변화에 대한 내성이 클 뿐 아니라 식욕이 왕성해 어디서든 쉽게 먹이를 찾아낸다. 이에 걸맞게 망둑어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류 중 종의 수가 가장 많다. 조사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600여종, 우리나라에는 문절망둑, 풀망둑, 말뚝망둥어, 짱뚱어, 밀어 등 42종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20년 서유구가 저술한 <난호어목지>에는 “눈이 툭 튀어나와 마치 사람이 멀리 바라보려 애쓰는 모양과 같아서 망동어라고 한다”고 기록돼 있다.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데다 생김새도 귀티가 나지 않아서인지 고급어종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제 분수를 모르고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을 비유할 때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라 하고, 쉽게 잡을 수 있어서인지 “바보도 낚는 망둥어”라는 말이 생겨났다.
망둥이에 대한 평가는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더 큰 손해를 본다는 속담인 “꼬시래기 제 살 뜯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꼬시래기는 회로 먹는 맛이 고소해서 붙여진 경상남도 방언이다. 제 살 뜯어 먹는 습성을 두고 손암 정약전 선생은 조상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무조어(無祖魚)라 했다. 먹을 것 앞에선 물불을 가리지 않아 제 부모의 살을 베어줘도 한입에 삼켜버리는 망둥이의 경박한 습성 때문이다. 그래서 망둥이를 낚을 때 적당한 미끼가 없으면 앞서 잡아 올린 망둥이 중 만만한 놈을 사용하기도 한다.
2015년 부산 연안 생태계 조사를 위해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한국해양대학교 해안을 찾았을 때 바닥 면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망둥이를 만났다. 망둥이는 우리나라 연안 어디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위협을 느끼면 구멍 속으로 몸을 숨기는데 구멍은 출구가 여러 곳이라 포식자들의 추적을 피한다.
<박수현 수중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