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경남 창원 용원항-봄소식 안고 돌아온 숭어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7) 경남 창원 용원항-봄소식 안고 돌아온 숭어

벚꽃 필 무렵 부산 가덕도로 향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 용원항에서 낚싯배를 타는데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숭어의 몸짓에 봄의 활력이 더해갔다. 뱃전에 선 낚시꾼들이 숭어 떼를 향해 갈고리 모양의 홀치기 낚싯바늘을 던졌다. 숭어가 얼마나 많은지 낚시 추에 맞은 숭어들이 기절한 채 물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숭어 입장에선 날벼락인 셈이었다. 낚시꾼들을 뒤로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숭어 한 마리가 멋진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숭어는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는 대표적인 기수어다. 10월에서 다음 해 2월쯤 먼바다로 나가 산란을 하고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은 봄이 되면 무리를 이뤄 연안 기수역으로 몰려와 부유생물을 먹는다. 여름에는 성장이 빨라 초가을이 되면 몸길이가 20㎝가 넘어선다. 이렇게 성장한 숭어는 늦가을에 민물을 떠나 바다로 가는 생의 사이클을 이룬다.

광범위한 해역에서 살아가는 숭어와 구별하기 위해 주로 서해안에 서식하는 것에 가숭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숭어는 숭어보다 훨씬 씨알이 커 1m에 달하는 것도 흔하다. 덩치가 큰 데다 생김새도 늘씬하다 보니 서해안에서는 가숭어를 ‘참숭어’로, 숭어를 ‘개숭어’라 부르기도 한다. 가숭어는 눈이 노란색을 띠며 기름 눈꺼풀이 없다. 숭어보다 기수역 더 가까운 곳에 서식한다. 서해안 사람들은 가숭어가 개흙을 빨아 먹어 맛이 달다고 하지만, 동해와 남해안 사람들은 가숭어는 흙맛이 나서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숭어와 관련된 속담에는 선조들의 해학이 깃들어 있다. 숭어는 빠르게 헤엄치다 꼬리지느러미로 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흔하게 발견되는 데다 생김도 귀티가 나지 않는 망둥이도 갯벌에서 ‘풀쩍풀쩍’ 뛰어오른다. 선조들은 숭어와 망둥이가 뛰는 꼴을 비유해 남이 하니까 분별없이 덩달아 나선다는 의미로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을 만들어냈다. 제주도 속담 중에 ‘삼월엔 숭어 눈 어둡다’라는 말이 있다. 숭어는 봄이 되면 눈에 기름기가 잔뜩 껴 눈꺼풀까지 덮어버린다. 앞이 보이지 않게 된 숭어는 얕은 곳으로 떼를 지어 몰려든다. 이때는 투망으로 쉽게 잡을 수 있고, 심지어 막대기로 두들겨 잡기도 한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