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아웃도어 의류 및 장비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기울일 뿐 아니라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활동에 기부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정부 정책에 직접적으로 맞서 소송을 하는 놀라운 회사다. 2022년 회사 지분 전액을 기후대응을 위한 비영리 재단에 기부함으로써 지구만이 유일한 주주라고 선언해 ‘넘사벽’이 됐다. 이러한 선택은 어떻게 가능할까. 파타고니아의 기업정신과 경영철학을 배우는 ‘파타고니아 비즈니스 스쿨’을 통해 크리스 톰킨스(Kris Tompkins) 초대 CEO와 라이언 겔러트(Ryan Gellert) 현 CEO를 비롯한 10여 명의 전·현직 기업 고관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됐다. 놀라운 것은 연령, 성별, 개성이 다른 그들과의 대화가 각각 특별한 한 편, 하나의 책을 읽듯이 자연스럽고 매끄럽다는 점이다. 지속가능경영이 기업 또는 조직의 핵심 경영 방침 및 활동 전반에 통합된 것을 넘어 말 그대로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의 의식에 ‘내재화’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친환경 기업 파타고니아의 고관여자들은 위기상황일수록 근본적인 철학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일단 한 걸음을 내딛고, 다시 생각하고, 또 한 걸음을 내딛는 ‘행동’을 강조했다.
라이언 갤러트는 파타고니아를 ‘완벽하지 않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진심 어린 노력을 멈추지 않는, 깊이 헌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정의했다. 그들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위대한(Great) 비즈니스’를 지향한다. 그들에게 위대한 비즈니스는 환경 문제에 있어 실질적인 변화나 해결책을 끊임없이 쌓아가는 회사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제품을 더 많이 만들고 판매하며 영업이익 면에서 승승장구하지만, 과거의 성과에 천착하며 더 이상 ‘위대하지 않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50년 전 파타고니아를 이끌었던 크리스 톰킨스도 ‘위대함’을 이야기한다. “좋은 회사가 되는 건 어렵지 않아요. 정말 어려운 건 ‘위대한’ 회사가 되는 거예요. 여러분이 회사에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위대함’을 추구해야죠.” 그는 기업이 수익이나 이윤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만약 그것이 전부라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단언한다.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로 전향하지 않고 기업으로 남는가?”라는 질문에 “문제 자체가 되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자본주의 체계에서 기업이 어떻게 위대해질 수 있고, 어떤 혁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싶어한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우려하고 대비하면서도,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것은 위기상황일수록 ‘근본적인 철학’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단 한 걸음을 내딛고, 다시 생각하고, 또 한 걸음을 내딛는 ‘행동’을 강조했다. 철학과 공동선이 무너지는 시대에 그들은 어떤 ‘위대함’을 보여줄까. 내 위치, 조직에서의 위대함은 무엇일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