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얼굴을 한 아바타, 디지털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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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본사가 있는 AI기업 소울 머신스의 AI 운동 코치 아틀라스 / 소울 머신스 제공

뉴질랜드에 본사가 있는 AI기업 소울 머신스의 AI 운동 코치 아틀라스 / 소울 머신스 제공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s)은 인공지능과 고급 3D 그래픽 기술을 결합해 인간과 유사한 외모, 감정, 행동을 표현하는 가상의 존재를 말한다. 단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시작해 현재는 고급 AI 기반 아바타인 디지털 휴먼으로 발전했다.

IT 기업 글로반트(Globant)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휴먼 시장은 2023년 55억9000만달러에서 2032년 675억4000만달러로 성장해 연평균 성장률이 31.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은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휴먼이 점차 정교해지고 실용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것임을 시사한다.

현재 디지털 휴먼 기술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 외형적 사실감 향상이다. 초고해상도 텍스처 매핑과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발달하면서 피부의 미세한 주름이나 모공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됐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과 의복의 주름까지 물리 엔진을 통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구현한다.

둘째, 감정 인식과 표현 능력의 고도화다. 인간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휴먼이 사용자의 감정에 공감하고 적절한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마치 실제 인간과 대화하는 듯한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소울 머신스(Soul Machines) 같은 기업들은 표정과 감정을 실시간으로 표현하는 디지털 휴먼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셋째, 자율성 확대다. 특히 최근 에이전틱(Agentic) AI의 발전으로 디지털 휴먼은 단순한 반응형 존재에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율적 존재가 돼가고 있다. AI 에이전트라고도 불리는 에이전틱 AI는 다양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율성으로 업무,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휴먼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확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에 따라 윤리적·사회적 과제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22년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가 제정한 ‘디지털 휴먼 윤리 가이드라인’은 편향적이지 않고 신뢰할 수 있으며 합법적이어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 보편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휴먼이 표현되는 영상, 음성, 이미지, 텍스트 등의 콘텐츠에 해당 존재가 디지털 휴먼이라는 점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디지털 휴먼과의 상호작용 한계 설정도 중요한 문제다. 2024년 10월, 미국에서는 AI 챗봇 서비스 ‘캐릭터 AI(Character.AI)’가 10대 청소년의 자살을 유발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AI와 인간의 정서적 관계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각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다가올 디지털 휴먼의 대중화는 우리가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일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 휴먼과 인간이 공존하는 길은 기술과 인간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의 본질을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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