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 11일 한남동 관저를 퇴거해 사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로 들어서고 있다. /정효진 기자
기사가 나간 뒤 한 취재원이 흥미로운 반응을 카톡으로 보내왔습니다. 이 취재원은 같이 모임을 하는 분에게 제가 쓴 지난주 표지 기사 링크를 보내니 돌아온 반응은 이랬습니다.
“딴지일보, 경향신문, MBC 뉴스 공유하지 마세요. 그래서 허위 선동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 선동됐다고 하는 겁니다.” 계속해 이어진 이 인사의 주장입니다.
“저는 제 목에 칼이 들어오고,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도 다시는 좌파가 하는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 집회 자체가 ‘자유대학’이라는 곳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잘못이죠? 이재명이 방탄조끼 입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인간적입니다.”
신문 온라인판에 출고된 기사에 탄핵심판이 인용된 뒤 관저에서 퇴거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학 점퍼를 입은 학생들과 포옹하는 사진을 추가로 붙였는데, 그것을 두고 하는 말인 듯싶습니다.

정용인 기자
취재원에 따르면 1980년대생인 이분과는 과거에 뜻이 맞아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해왔고, 아마 지금도 봉사활동에 관한 한 뜻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 현실정치에 관한 생각과 판단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겠지요. 저분만이 아닐 겁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주변에서 경험하는 일일 겁니다. 취재원께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내준 카톡 대화를 보면 이분은 헌재의 파면 결정을 “국민 50% 이상이 지지하고 투표한 대통령을 헌재 재판관 8명이 망가뜨린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을 유지한 것이 이긴 것이 아닙니다. 국민 60% 가까운 사람이 윤통을 지지합니다. 그들은 부정선거를 알게 됐고, 민주당의 패악과 이재명의 죄를 모두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들이죠.”
윤석열 지지가 과반이 넘는다는 주장의 근거는 뭘까요.
내란 친위 쿠데타로 끝난 윤석열 정권이 남긴 상처는 꽤 오래갈 것 같습니다. 결국 자신과 부인의 안위를 위해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렸습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헌법기관에 대한 불신, 선악 구도로 단순화한 극단주의 같은 부정적 유산이 세상에 나와 퍼졌습니다.
판도라 상자 우화에서 그래도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희망’이었습니다. 이제 40여 일 뒤면 새 정부가 들어섭니다. 새 정부의 출범이 희망을 되찾는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