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편집장
“여러분, 우리는 광대를 고용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겠다고 밝힌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내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 전쟁으로 시장 혼란이 극도로 커지자 트럼프는 갑자기 정책 유턴을 해버렸죠. 자고 나면 바뀌는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방향성을 잃어버린 채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답답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전문가들의 예상과 분석이 별로 들어맞지도 않는 요즘, 자주 회자하고 있는 것이 약 100년 전의 상황입니다. 바로 1929년경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됐던 대공황입니다. 견고하게 성장하던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1930년 미국에서 제조업과 농업 분야를 망라한 2만여개 수입품에 평균 6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시행하면서 전 세계가 관세 전쟁에 들어갑니다. 다른 나라들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세계무역량이 무려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죠. 수년간 지속한 대공황의 늪을 벗어나게 된 계기는 바로 전쟁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국력을 소진해버린 유럽 열강이 뒤로 물러난 사이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것이 미국과 소련이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2025년, 중국이 앞으로 6개월 내에 대만을 무력 침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중화권 매체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관세 공격을 받고 있는 중국이 내우외환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만 침공을 올해 10월 이전에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인데요. 중국이 정말 대만과의 무력 충돌을 불사하기보다는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전쟁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경제, 아니 인류 전체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설마 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이 되는 일을 자주 보다 보니 관련 보도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네요.
이번 주 주간경향은 효율화의 이름으로 대학 내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여성학의 위상과 의미를 조명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남녀공학 전환 논의 반대 시위 이후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5개월을 버틴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명한 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8년 전 판결한 ‘2400원 횡령 버스 기사 해고 사건’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판결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개입설이 파다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난맥상을 짚어보고, ‘시장님’들의 대선 출사표로 행정 공백을 겪고 있는 지자체 상황도 들여다봤습니다. 관세 전쟁에서 환율 전쟁으로 넘어가는 미·중 패권 경쟁의 다음 시나리오도 짚어봅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