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덮친 ‘괴물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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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영남권 덮친 ‘괴물 산불’

경북 의성군의 한 야산에서 3월 22일 발화된 불길이 이튿날인 23일 오후 어둠에 묻힌 야산을 시뻘겋게 집어삼키고 있다. 화마에 발톱을 달아준 것은 거센 봄바람. 27일 찔끔 내린 비로는 이 괴물 같은 산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괴물은 급기야 하늘을 나는 헬기마저 떨어뜨렸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망자가 27명(3월 27일 기준)이라고 밝혔다. 나이가 많아 민첩하지 못한 고령자들의 피해가 컸다. 대피한 주민은 3만7000여명이다. 피해 산림면적은 3만6009㏊로 집계됐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 2만3794ha를 1만ha 이상을 넘어선 것이다.

‘괴물 산불’은 의성군의 천년 고찰 고운사마저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영양군의 작은 절 법성사도 덮쳤다. 불에 타 무너진 사찰 건물 안에는 주지 스님이 소사 상태로 발견됐다. 주민들이 “부처 그 자체였던 분”이라던 스님은 연세가 있어 거동이 불편했다고 한다. 스님을 비롯한 희생자 모두의 명복을 빈다. 시커멓게 타들어 간 금수강산에도.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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