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인천 강화도 외포리 곶창굿-사라져가는 봄날의 마을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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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83) 인천 강화도 외포리 곶창굿-사라져가는 봄날의 마을잔치
[정태겸의 풍경](83) 인천 강화도 외포리 곶창굿-사라져가는 봄날의 마을잔치

석모도를 마주하고 있는 강화도 외포리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몇 년 만에 마을의 풍요를 비는 곶창굿이 열리던 날. 외포리는 주로 어업을 생업으로 삼는 정포마을과 농사를 짓는 대정마을 주민이 모여 예부터 마을굿을 함께 열어왔다고 전한다. 곶창굿은 임경업 장군에게 풍어를 기원하는 서해안의 풍어제다. 임경업 장군은 친명반청을 주장하며 우국충정을 표했지만 안타깝게 옥사한 인물. 그러나 민중은 그를 무속의 신을 되살려 풍어를 기원하는 대상으로 여겼다. 그 흔적이 서해안의 풍어제에서 드러난다.

외포리의 곶창굿이 독특한 것은 다른 해안마을과 달리 풍어제에 그치지 않고 모두의 풍요를 기원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1997년에 인천광역시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마을굿은 오랫동안 그 자체로 잔치였을 테다. 온 동네 사람이 모여 굿을 지켜보고 떡이며 과일을 나눠먹는 풍경이 펼쳐졌겠지만, 이날의 곶창굿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했다. 그만큼 외포리에 젊은 사람은 줄어들고 몸이 불편해 집 밖을 나다니기 힘든 어르신이 많다. 마을굿을 무속이라며 폄하하는 시선도 무시하기 어렵다. 바닷가에서 시작한 행렬은 마을 골목을 돌며 모두의 풍요와 발복을 기원했지만, 확실히 힘에 부쳐 보였다. 풍어를 기원하는 봄날의 마을잔치는 서서히 우리의 기억에서 그렇게, 사라져가고 있는 듯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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