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형사재판의 절차상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될 거라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요. 당일 오전까지도 그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청구 인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는 보도조차 못 본 것 같습니다. 언론은 물론 유튜브 채널마다 나오는 평론가들, 야당 인사 그 누구도 인용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구속 취소 청구를 제기한 윤 대통령의 변호인들도 설마 이것이 받아들여질 거라 예상했을까 싶네요.
하루하루가 상상 그 이상으로 전개됩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엉망진창이 된 한국사회에서 이젠 사법부의 판단조차도 예측 불가의 범주로 들어간 듯합니다. 검찰이 산수를 잘못해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검찰이 즉시항고라는 불복 절차가 있는데도 포기했다, 애초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나선 것부터 잘못이었다 등의 해설과 분석이 쏟아집니다. 웬만한 법 지식 없이는 뉴스를 따라가기조차 버거운 날들이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려면 형사소송법을 수시로 찾아봐야 할 판입니다. 법치주의는 무너지고 있는데 법 만능주의는 판을 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가담자들도 윤 대통령의 법꾸라지 행태를 흉내 내 검찰 공소장 문구 하나하나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하네요. 법 지식으로만 따지면 한국인들이 OECD 주요국 시민 중 최상단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넉달 째에 이릅니다. 지난 몇 달간 한국사회 곳곳에 남겨진 계엄의 상처와 후유증이 치유되기는커녕 갈수록 깊어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그가 유린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다시 세우는 일은 만만치 않은 과정이 될 것입니다. 있는 것을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무너진 것을 복원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미국 경제지인 ‘포브스’는 지난해 말 한국의 계엄 사태를 다룬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가 초래한 값비싼 대가는 한국인 5100만명이 시간을 두고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비상계엄부터 탄핵 국면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가 떠안게 된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비용을 짚어봤습니다.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두고두고 반영될 비용과 유무형의 손실을 포함하면 계엄의 대가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또 계엄 이후 시민들이 느낀 일상의 변화가 무엇인지,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는 지점들은 어떤 것인지도 들어봤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나올 예정입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부각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짚어보고, 계엄 국면에서 김건희 여사의 역할과 탄핵심판 선고 이후 김 여사의 향후 행보에 대한 이야기도 전합니다. 연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쏟아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배터리 산업이 어떻게 생존전략을 짜고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