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판사와 심우정 검찰총장의 윤석열 구속 취소와 석방 결정으로 정세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극우세력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뉴스로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고,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조장한다. 아무리 사실관계를 정정해도 들으려 하지 않으니 소통 불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그 전부터 극우주의자들이 있었고, 곳곳에서 암약하며 세력화하고 있었다. 동시에 인터넷상의 몇몇 남초 커뮤니티에선 일부 청년 남성의 극우화를 이끌고 있기도 했다. 이 둘이 만나 나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을 벌였고, 여전히 인종주의적이고 극우주의적인 혐오 선동을 유포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평등을 향한 목소리를 죄다 ‘빨갱이’나 ‘친중’으로 규정하고, 가짜뉴스로 조선족에 대한 혐오 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극우세력의 선동을 효과적으로 막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까? 단지 사법 처벌을 강조하면 될까?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극우세력에 양분을 제공한다면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극우세력의 리더 중 하나인 전광훈 목사가 몇 차례 기소됐음에도 그는 더 영웅시됐을 뿐, 그들이 만든 세력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불평등을 개선하고 일터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사회로 바꿔야 한다. 광장에 선 우리가 민주주의 퇴행과 불평등에 맞선 풀뿌리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 그것만이 극우화와 민주주의 퇴행을 막을 수 있다.
탄핵 이후에도 우리는 극우세력의 폭력과 선동을 용인해선 안 된다. 당당하게 대응하고, 가짜뉴스는 하나하나 반박해야 한다. 한데 단호한 처벌과 응대만으로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극우세력은 경기 침체와 국제 정세의 불안정, 경제적 불평등을 거름 삼아 싹튼 우리 안의 불안을 증폭하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극우세력은 단순히 윤석열이 탄핵당한다고 해서, 혹은 정권 교체가 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5년 후 오히려 더 위력적인 세력이 되어 나타날 수 있다.
기득권 정치세력이 거대 양당으로 나뉠 때조차 시민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더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노동조합, 농민회, 장애인과 불안정 노동자들의 크고 작은 모임과 조직으로 모여야 한다. 우리 공동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고, 서로를 연결해야 한다. 전광훈과 극우세력에게 ‘자유마을’이 있다면, 민주주의와 평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 우리 역시 더 많은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한 마을들이 필요하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극우세력의 자양분이다. 보수적 정책으로 이뤄진 정권 교체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공연하게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늘어놓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이뤄진 신자유주의가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나마 남은 희망마저 파괴할 뿐이다. 윤석열처럼 노동시간 유연화나 성장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친기업 정책 펼치는 게 아니라, 상속세 완화해서 부자 감세 정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불평등을 개선하고 일터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사회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광장의 요구다. 광장에 선 우리가 민주주의 퇴행과 불평등에 맞선 풀뿌리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 그것만이 극우화와 민주주의 퇴행을 막을 수 있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