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검사 3명 모두 탄핵 기각…헌재 전원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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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2025.03.13 권도현 기자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2025.03.13 권도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부실수사했다는 등의 이유로 국회가 파면을 요구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의 탄핵소추도 기각했다.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 이들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지난해 12월 5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지 98일만이다.

헌재는 13일 최 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감사원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결정 과정에서 관련 법령이 정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에 관한 감사를 실시했고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를 했다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다수의 제보를 근거로 실시한 특정사안 감사”라며 “권익위원장 개인에 대한 개인 감찰뿐 아니라 권익위원회의 행정사무에 관한 감찰도 포함돼 있어 권익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 원장이 2022년 7월 29일 국회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한 부분도 위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밖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이태원 참사,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등과 관련한 감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했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헌재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도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김 여사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적절히 수사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면서도 이들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는 평가하지 않았다.

헌재는 검찰이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를 수사한 데 대해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데 경호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전례에 비춰봤을 때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조사한 것이 부당하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수사 과정에서 시세조종 범행에 김 여사 명의의 증권계좌가 활용된 사실이 확인됐음을 언급하며 “김건희에게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에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를 했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세조종 사실이 일어난 지 상당히 기간이 지난 뒤 각 피청구인이 수사에 관여하게 돼 추가적으로 수사를 해도 별다른 증거를 수집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짚었다.

국회 측은 이들이 언론 브리핑과 국정감사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헌재는 “최재훈은 장시간에 걸쳐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코바나컨텐츠 협찬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연관 지어 설명하다 다소 모호해 혼동을 초래하는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과 관련해 의도를 갖고 허위사실을 발표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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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