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강원 삼척 산수유 설경-노란 꽃잎 위에 하얀 눈…봄은 그렇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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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82) 강원 삼척 산수유 설경-노란 꽃잎 위에 하얀 눈…봄은 그렇게 온다
[정태겸의 풍경](82) 강원 삼척 산수유 설경-노란 꽃잎 위에 하얀 눈…봄은 그렇게 온다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스라한 노란 꽃 위로 쌓인 하얀 눈덩이. 3월의 시작부터 폭설이 온다기에 강원도 삼척의 깊은 산속을 찾아 내려온 길이었다. 하필 습설이었고 나무 위로, 지붕 위로 두텁게 내려앉았다. 산길을 올라가던 중에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몸통째 쓰러져 자꾸만 앞을 막았다. 그래서 산속으로 들어가는 걸 포기한 뒤였다. 미끄러지는 차를 달래며 산에서 내려오던 중 길가의 한옥 카페 곁에 피어난 산수유가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이미 봄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토록 다소곳하게 피어난 작은 꽃뭉치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마음은 겨울에 머물러 있었을 터였다.

그런 연유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풍광이었다. 봄이구나. 이 네 글자가 감탄으로 터져나왔다. 산수유는 비로소 이 봄을 선언하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피었다 져버렸는지도 몰랐던, 우리 집 뒷산의 노란 안개 같은 그 무엇에 불과했던 꽃이었다. 아니, 이게 꽃이었는지도 몰랐다. 진한 노란빛으로 물든 개나리가 존재감을 뚜렷하게 피력하는 것과 비교하면 연약해 보이기 그지없는 꽃무더기. 그 산수유가 하얀 눈덩이 아래에서 강렬하게 눈길을 잡아끌었다. 나무 아래 서서 눈 덮인 이 봄을 보고 있는 동안 폭설이 멈췄다. 저 멀리 하늘도 어느새 파랗게 개어 있었다. 눈앞에 다가온 봄을 보란 듯이.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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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