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의 설레는 귀향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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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큰고니의 설레는 귀향 채비

삼일절 연휴인 지난 3월 2일.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잔뜩 찌푸려 있었다. 큰고니 사진을 찍기 위해 망원렌즈를 들고 나섰다. ‘혹시나 다 떠났으면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한 곳은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아래 당정섬. 섬 주변은 겨울 철새인 큰고니가 월동하는 대표적인 장소다. 부산 을숙도에 이어 제법 많은 수의 고니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조류 사진 마니아들에게는 유명한 출사지다.

큰고니는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면 우리나라를 떠나 북쪽으로 날아간다. 도착해보니 다행히 큰고니는 아직 월동지를 떠나지 않았다. 큰고니 수십 마리가 강물 위에 옹기종기 모여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한파는 풀렸지만 매서웠다. 큰고니 무리는 연신 자맥질을 하며 깃털을 고르고 있었다. 마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단장을 하는 듯했다. 몇몇은 큰 날개를 연신 퍼덕이며 몸을 풀었다. 날이 풀리고 봄이 서서히 오고 있다. 큰고니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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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