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클라베>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제 영화는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통쾌하게 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콘클라베라는 소재의 태생적 고풍스러움과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기묘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엔케이컨텐츠
제목: 콘클라베(Conclave)
제작연도: 2024
제작국: 영국, 미국
상영시간: 120분
장르: 드라마, 스릴러
감독: 에드바르트 베르거
출연: 랄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이사벨라 로셀리니
개봉: 2025년 3월 5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원작은 영국 작가 로버트 해리스가 2016년 출간한 동명의 장편소설이다. 로버트 해리스는 소설가 이전에 다양한 매체에서 리포터, 정치담당 기자,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던 인물로 국내에도 출간된 <이니그마>, <폼페이>, <유령 작가> 등 다수의 작품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소설 <콘클라베>는 출판 당시 영국 아마존과 선데이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제목을 올렸고, “지적 스릴러의 거장이 선보이는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찬사를 받으며 주요 언론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화제가 됐다.
작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2013년 콘클라베를 보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하는데, 콘클라베 절차를 명시한 바티칸 법부터 행사 기간 활용되는 다양한 장소까지 일일이 직접 조사하며 작품을 구체화했다고 전해진다.
유명 원작의 인지도와 더불어 영화화에 결정적인 동력이 된 것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각본가로 유명한 피터 스트로갠의 뛰어난 각색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는 원작 소설에 대해 “이상주의와 영성, 현실 정치 사이의 긴장감을 오가는 훌륭한 정치 드라마다. 가장 보수적인 세상에서 놀랍도록 급진적인 반전을 일으키는 고요한 대담함을 지닌 소설에 완벽히 매료됐다”고 극찬했는데, 이런 감흥은 뛰어난 각색 작업 덕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권력을 탐하려는 다양한 인간 군상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바티칸은 충격에 휩싸인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준비를 총괄하게 된 ‘로렌스’(랄프 파인즈 분) 추기경은 일찌감치 마음속으로 오랜 신뢰를 쌓아온 벨리니(스탠리 투치 분) 추기경을 낙점하지만, 공정한 과정을 지키기 위해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러나 자리에 모인 추기경들 사이에서 서서히 교황 자리를 탐내는 속내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뜻밖의 외부적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그의 내면은 깊은 혼돈과 갈등의 늪으로 빠져든다.
영화 <콘클라베>는 3월 2일(현지시간)에 개최되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 주연상(랄프 파인즈), 여우 조연상(이사벨라 로셀리니), 각색상, 의상상, 편집상, 음악상, 미술상까지 총 8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됐다.
얼마 전까지 세계 유수영화제 73관왕, 306회 노미네이트라고 전해지고 있었는데, 최근 결과를 발표한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12개 부문 최다 후보 및 작품상 수상과 제31회 미국 배우조합상의 작품상 격인 앙상블상 수상 소식이 더해지면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의 탐미적이면서도 차분한 연출과 주연을 맡은 랄프 파인즈를 중심으로 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 성찬은 이 작품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발칙하고 도발적인 상상력
영화제를 겨냥한 화려한 작품들이 내세우는 ‘예술적 성취’란 대중 관객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부른 허세’ 정도로 이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영화제 영화는 재미없다’는 단순하고 왜곡된 고정관념은 여전히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 <콘클라베>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런 선입견을 통쾌하게 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재가 기본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태생적 고풍스러움과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상황과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기묘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자연스럽게 <다빈치 코드>가 생각났다. 일단 <다빈치 코드> 역시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첫 번째 작품인 <다빈치 코드>에서는 결말에 드러나는 비밀, 두 번째 작품 <천사와 악마>에서는 콘클라베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연상이 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보다는 표면적으로 전혀 다른 양태와 규모의 이질적 작품임에도, 전통적 소재 안에서 도발적이고 급진적 메시지를 녹여내고 있는 자세가 더 닮아 있지 않나 싶다.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미학적 성취와 서사적 재미, 철학적 주제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균형 있게 두루 아울러 낸 영민함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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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한국시간으로 3월 3일 오전 9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일단 최다 후보지명에는 프랑스 출신의 감독 자크 오디아르가 연출한 <에밀리아 페레즈>(한국개봉 3월 12일 예정)가 작품, 감독, 여우 주연, 여우 조연, 각색, 국제영화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한 13개를 기록하는 영애를 얻었다.
뒤를 이어 건축가 이야기 <브루탈리스트>와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가수 밥 딜런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콘클라베>가 8개, 77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아노라>가 6개, <듄: 파트 2>, <서브스턴스>가 5개 부문에서 후보지명을 받으며 치열한 각축을 예고하고 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후보작 발표부터 논란이 많다. 작품 자체의 경쟁력도 기본이지만, 그보다 제작사들의 막강한 홍보력과 정치적 처세를 무시할 수 없는 시상식이다 보니 매번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최다 후보 부문에 오른 <에밀리아 페레즈>는 성전환을 통해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멕시코 카르텔 수장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배경이 된 나라인 멕시코뿐 아니라 성소수자들 사이에서조차 본질에 무지한 껍데기뿐인 영화란 이유로 ‘혐오스러운 영화’라는 격한 반응과 함께 별점 테러가 이어지고 있어 화제다.
그래서 유력한 수상작으로 떠오른 영화는 <브루탈리스트>와 <아노라>다. 여기에 최근 수상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는 <콘클라베>가 가세한 삼파전이 예상됐는데, <브루탈리스트>가 헝가리어 발음을 사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음성 복제 AI를 사용했다는 구설에 오르면서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