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 눈에는 뭐만 보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사진기자단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끝난 후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취재진으로부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서전에 이 대표가 (본인의) 유죄를 막으려고 계엄할 수도 있다고 했다’는 질문을 받자 내놓은 답변이다. 한 전 대표는 앞서 이날 출간된 자신의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이 대표”라며 “이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사법부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계엄이나 처벌 규정 개정 같은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재명 정권 탄생을 막기 위해서 계엄의 바다를 건너자”고 적었다.

이 대표의 발언이 공개된 후 한 전 대표는 즉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재반박에 나섰다. 한 전 대표는 “저는 기꺼이 국민을 지키는 개가 되겠다”며 “재판이나 잘 받으라”고 밝혔다. 이날은 이 대표의 주요 사법리스크로 꼽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변론을 마무리 짓는 결심 공판 날이었다. 이 대표는 항소심 결심 공판 관련 전망을 묻는 말에는 “법과 상식에 따라 판단해 보면 다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에서는 한 전 대표의 주장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일제히 쏟아졌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몰상식하다 못해 정신 나간 막말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계엄을 본인 대선 가도를 위한 책팔이에 혹시 이용하는 건 아닌가”라며 “그토록 자신을 아낀 형님인 내란수괴 윤석열의 당적이 왜 국민의힘이겠는가”라고 비꼬았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주간 舌전바로가기

이미지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