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사진기자단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끝난 후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취재진으로부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서전에 이 대표가 (본인의) 유죄를 막으려고 계엄할 수도 있다고 했다’는 질문을 받자 내놓은 답변이다. 한 전 대표는 앞서 이날 출간된 자신의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이 대표”라며 “이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사법부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계엄이나 처벌 규정 개정 같은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재명 정권 탄생을 막기 위해서 계엄의 바다를 건너자”고 적었다.
이 대표의 발언이 공개된 후 한 전 대표는 즉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재반박에 나섰다. 한 전 대표는 “저는 기꺼이 국민을 지키는 개가 되겠다”며 “재판이나 잘 받으라”고 밝혔다. 이날은 이 대표의 주요 사법리스크로 꼽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변론을 마무리 짓는 결심 공판 날이었다. 이 대표는 항소심 결심 공판 관련 전망을 묻는 말에는 “법과 상식에 따라 판단해 보면 다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에서는 한 전 대표의 주장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일제히 쏟아졌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몰상식하다 못해 정신 나간 막말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계엄을 본인 대선 가도를 위한 책팔이에 혹시 이용하는 건 아닌가”라며 “그토록 자신을 아낀 형님인 내란수괴 윤석열의 당적이 왜 국민의힘이겠는가”라고 비꼬았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