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충남 서천 장항스카이워크-하늘을 걸어 봄바다를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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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 (81)충남 서천 장항스카이워크-하늘을 걸어 봄바다를 맞이하다

충남 서천의 바다 한쪽에 자리 잡은 장항 솔바람 곰솔숲은 여러 번 찾았다. 처음에는 솔숲 아래 피어나는 보랏빛 카펫(맥문동꽃)을 보려고, 그 다음에는 숲의 곁에서 캠핑을 하러. 그리고 한 번은 이전에 걷지 못했던 길을 걸으러. 국내 여행은 트렌드에 많이 민감하다. 어느 한 곳에서 주목을 받은 아이템은 이내 다른 지자체에도 등장한다. 출렁다리가 그랬고, 벽화마을이 그랬다. 근래 몇 년 동안은 스카이워크가 유행이었다. 장항의 곰솔숲 끝자락에도 스카이워크가 놓였다. 물론 여행자의 발길을 성공적으로 끌어당긴 다른 곳의 사례를 참고했겠지만, 이곳은 하늘 위를 걸어 바다로 나아간다는 면에서 독특했다. 그래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계단 위를 올라 스카이워크에 섰다. 높은 곳을 걸어서 관광을 즐기는 시설인 스카이워크는 주변 경관에 따라 꽤나 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높게 솟아오른 숲 위로 시선을 두고 걸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길의 한쪽으로는 숲을 두고 다른 쪽으로 바다를 펼쳐서 걷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돋운다. 땅끝까지 하늘을 걸어 바다로 나아가는 느낌. 멀지 않은 봄은 바람에 실려서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려주었다. 늦겨울의 오후, 하늘을 걸어보기 좋은 인적 드문 어떤 날이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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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