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시사주간지 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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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편집장

이주영 편집장

주간경향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새 편집장을 맡은 이주영입니다. 주간경향을 구독하고 계신 독자님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종이신문과 시사주간지는 물론, TV 뉴스도 외면받는 세상에서 여전히 시사주간지를 보는 분들은 대체 어떤 분들일까 궁금합니다.

뉴스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입니다. 기자들이 공들여 쓴 기사가 불과 몇 시간도 되지 않아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단에서 사라지고, 속보와 화제성 높은 기사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사실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유튜버들의 영상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통해 확산하고, 팩트를 보도한 기자가 오히려 공격을 받는 시대입니다. 가짜뉴스와 마녀사냥이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객관적인 보도는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이러한 언론 환경에서 기자들은 어디에 주목하고 무엇을 써야 할까요. 특히 긴 호흡으로 사안의 핵심을 좀더 다른 시각에서 깊이 짚어보는 것이 생명인 시사주간지의 기자들은 무엇을 에너지 삼아 퀄리티 높은 기사 생산에 매진할 수 있을까요. 이는 앞으로 주간경향 편집장으로 임하는 동안 끊임없이 되묻게 될 질문일 것 같습니다. 독자 한분 한분의 반응을 느끼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시사주간지계의 에르메스’가 되고픈 주간경향이 다뤄줬으면 하는 아이템 제안이나 제보, 주간경향 기자들이 다룬 기사에 대한 의견과 고언 모두 환영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반응 기다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선 윤 대통령 측의 ‘법꾸라지’ 같은 행태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행정명령을 통한 ‘관세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으며, 윤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로 쪼개진 시민들의 집회도 계속 열리고 있습니다. 뉴스만 보면 짜증이 올라와 담배 생각이 절로 나실 겁니다.

하지만 흡연에 관대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흡연의 건강상 피해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수두룩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신종 담배에 대한 추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에서는 2014년부터 이어진 ‘담배소송’의 쟁점과 의미를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 8개 중 7개가 상장 첫날부터 마이너스 수익률이 기록했다는데요,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들여다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국면을 거치며 정치 전면에서 사라졌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지역 행정은 뒷전으로 밀어둔 채 중앙정치에 골몰하는 광역단체장들의 행태, 정리해고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투쟁을 중심으로 한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국경을 넘는 연대, 그리고 경기 부진에 대형마트 등에서 벌어지는 ‘다이소’ 모시기 경쟁 등도 들여다봅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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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