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볼 때마다 널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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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하늘을 볼 때마다 널 기억할게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1학년 김하늘양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늘양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지난 2월 12일 찾았다. 학교의 담장을 따라 하늘양을 추모하는 꽃들이 놓여 있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인형, 젤리, 캐릭터 과자, 초콜릿도 있었다. 우유와 과자를 들고 온 학생들이 우유 팩을 열고 과자봉지를 뜯어 조심스럽게 담장 앞에 놓았다. 이날 국화꽃을 들고 분향소를 찾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은 눈물을 흘렸다. 학생이 적은 추모의 쪽지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언니지만 하늘을 볼 때마다 기억할게!”

하늘양은 지난 10일 오후 5시 50분쯤 학교 안 시청각실 창고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가해자는 이 학교의 40대 교사 A씨로 확인됐다. A씨는 하늘양을 살해하기 전부터 동료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업무용 컴퓨터를 훼손하는 등 이상징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 휴직에 들어갔던 A씨는 지난해 12월 복귀했다. 해당 학교는 현재 긴급 휴업한 상태다.

교육부는 질병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 직권 휴직 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하는 가칭 ‘하늘이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야도 하늘이법 입법 추진을 예고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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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