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메모 네 가지…사실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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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국가정보원장 / 헌법재판소 제공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 헌법재판소 제공

“확인해보니 메모는 네 가지가 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월 13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변론에 출석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설명한 내용의 뼈대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자신이 쓴 (체포명단) 메모를 보좌관에게 줘서 정서시켰다고 하니 2개가 있는 셈인데 담당 보좌관이 홍 전 차장에게 정서한 메모를 전달했고, 12월 4일 늦은 오후에 홍 전 차장이 다시 한번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며 “이에 보좌관이 갖고 있는 게 없어서 기억을 더듬어 썼는데 이것이 세 번째 메모이고, 12월 4일 오후에 보좌관이 기억을 더듬어 쓴 메모에 가필을 한 버전이 네 번째 메모”라고 말했다. 알려진 홍 전 차장의 메모에는 파란색 글씨로 적힌 이름과 직책이 나와 있는데 조 원장은 이를 보좌관이 기억을 더듬어 적은 세 번째 메모로 규정하고, 이후 누군가 ‘동그라미’를 치거나 ‘1조, 2조’, ‘축차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 조사’ 등의 문구를 추가해 네 번째 메모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공관 앞에서 메모를 썼다는 말을 지난주 헌재 증언에서 처음으로 들어 사실 파악을 해봤더니 사실관계가 달랐다”며 “CCTV로 확인해보니 홍 전 차장은 메모를 작성했다는 12월 3일 오후 11시 6분쯤 공관이 아닌 청사에 있는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2월 4일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오후 11시 6분쯤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주는 명단을 갑자기 적게 됐다”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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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