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의 밥심 챙겨 홀로서기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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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의 자립준비청년 식비지원사업 포스터/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의 자립준비청년 식비지원사업 포스터/ 우정사업본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자립준비청년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 등 기관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월 6일 “자립준비청년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청년밥심 스타트온(溫)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업의 골자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에게 식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10개월간 매달 1일에 식비 전용 선불카드로 30만원, 총 300만원을 지원한다. 지원 신청은 오는 2월 16일까지 우체국공익재단 홈페이지와 한국아동복지협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자립지원청년은 통상 기관을 나설 때 소정의 자립준비금을 받고, 자립 후 5년간 월 50만원씩 자립수당을 받는다. 통계청의 자립준비청년 자립수당 수급현황을 보면 2022년 자립수당을 받는 자립준비청년은 총 9034명이었다. 18~24세가 7751명으로 가장 많고, 25~29세는 1282명이었다.

이런 지원을 받더라도 자립지원청년의 홀로서기는 쉽지 않다. 매년 2000여명의 자립준비 청년이 시설을 나서는데 대부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2021년 아동자립지원 통계 현황을 보면 자립지원청년 중 월평균 소득이 151만원을 넘는 사례는 66%에 불과하다. 자립수당을 받는 청년의 40% 가까이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다.

이런 탓에 자립준비청년이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발표한 자립지원 실태조사를 보면 자립준비청년의 46.5%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1명(10.6%)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고립 상태에 있다고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런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3년째 지원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지원을 받은 자립준비청년 A씨는 “이제부터 혼자라는 생각에 막막했지만, 든든한 한 끼 지원으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 있었다”며 “우정사업본부 덕분에 경제적 자립을 준비할 수 있었고, 특히 네트워킹데이를 통해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과 만나 소통하며 정서적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올해 우정사업본부는 금전적 지원을 넘어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정서적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또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도 쉽게 참여하도록 지역별 간담회도 확대한다. 위기 징후가 발견된 청년의 안부를 확인하는 등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운영할 방침이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은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에서 경제적 부담과 정서적 불안을 동시에 겪고 있다”며 “우체국 청년밥심 스타트온(溫) 사업이 자립준비청년들의 건강한 자립을 돕는 든든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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