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마산은 아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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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80)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마산은 아직 살아 있다
[정태겸의 풍경](80)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마산은 아직 살아 있다

마산이라는 이름은 이제 행정구역 명칭에만 남았다. 창원·진해·마산이 통합하면서 과거 부산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마산은 창원이라는 명칭 뒤로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입에 붙은 ‘마산’이라는 단어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그 도시를 찾아 내려간 길에서도 내내 ‘창원’ 대신 ‘마산’이라는 말만 되뇌고 있었다.

이름이 바뀌었어도 풍광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눈에 익은 골목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새벽 공판장의 경매 모습을 보고자 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찾아간 그 자리는 비록 규모가 크지 않아도 30명 남짓한 경매인과 물건을 내놓고 빼가는 분주한 모습이 남아 있었다. 짧고 간결하게 접어든 공판장 뒷골목. 깜짝 놀랐다. 늘 걸어 다니던 그 골목은 이른 아침마다 어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이런 진풍경을 어디서 봤던가. 1990년대 초중반에 마지막으로 봤던 대도시의 어시장이 살아 있었다. 하얀 입김이 풀풀 나오는 싸늘한 아침에도 사람은 북적였고, 귀를 의심할 만큼 놀랄 가격을 연신 외치는 상인의 몸짓에는 뜨거운 삶의 희망이 살아 있었다. 그래, 마산은 이런 힘이 느껴지는 도시였지. “거친 사람들의 낭만이 숨 쉬는 도시”라며 웃던 친구의 말이 절로 떠오르는 어시장의 아침. 사라진 도시는 아직 이곳에 살아 있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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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