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한 시절에도…설레는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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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엄혹한 시절에도…설레는 ‘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1월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과 청량리시장을 찾았다. 장터는 북적였다. 상인들은 물건을 정성스럽게 진열한 뒤 손님들을 기다렸고,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카트를 끌거나 장바구니를 메고 가게 앞에 서서 신중하게 물건을 골랐다.

“생선 한 마리 사가서 누구 코에 붙여요.” 생선가게 상인이 두툼한 굴비 한 마리를 사는 한 노인에게 짓궂은 농을 건넸다. 노인은 웃으며 노련하게 답했다. “아휴 생선만 먹나? 떡국도 먹고, 고기도 먹고 과일도 먹지!” 노인의 카트에는 과일과 떡국용 떡, 나물 등이 담겨 있었다. 시장 입구에서 홀쭉했던 시민들의 카트와 장바구니는 시장 이곳저곳을 돌며 그득하게 채워졌다.

시장을 나온 노인들이 버스정류장에 앉아 집에 갈 버스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툼해진 카트와 장바구니를 옆에 두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이 꽤 정겹게 보였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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