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경남 진주 촉석루-엄혹한 계절이 가면…머잖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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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79) 경남 진주 촉석루-엄혹한 계절이 가면…머잖아 봄

연초부터 한반도의 남쪽을 이리저리 떠다니던 중이었다. 갈 곳은 정해져 있었지만 시간은 촉박했고, 몸은 무거웠다. 고속도로 이정표에 ‘진주’라는 두 글자가 보였다. 그대로 운전대를 돌려 서진주나들목으로 나갔다. 진즉 다시 가고 싶었던 곳, 진주의 얼굴과도 같은 촉석루가 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촉석루를 왔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진주성의 안쪽, 남강을 곁에 둔 아름다운 강기슭에 촉석루가 있다. 바로 아래에는 논개가 몸을 던졌다는 ‘의암(義巖)’이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다. 바위 옆면에는 ‘의암’이라는 한자가 선명하다. 기러기인지 오리인지 모를 철새가 강 위를 노닐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평화롭다.

겨울의 강과 스산한 시절의 누각은 나름의 감성을 자아낸다. 댓돌 아래에서 신발을 벗고, 촉석루 위에 올랐다. 여기저기 돌아보다 보니 발이 시렸다. 더 두툼한 양말을 신을걸. 아침의 선택을 후회했다. 그런데도 이 한기는 견딜 만했다. 그만큼 좋은 겨울 풍광이다.

따뜻한 남쪽이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어쩔 수 없는 동장군의 입김이다. 바람이 멈출 때는 어김없이 오후의 햇살이 훈훈한 기운을 쏟아냈다. 추울 때는 추워야 한다. 그게 계절의 미덕이다. 아무리 추워도 견뎌내면 이 또한 지나가리. 엄혹한 계절이 가면 머지않아 다시 봄이 올 테다. 언제나 기어이 그랬듯이. 우리는 따스함이 돌아올 거라는 사실을 안다. 이 겨울이 두렵지 않은 이유다. 이겨낼 거라는 믿음이 있음을, 이제는 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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