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로봇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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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 편집장

홍진수 편집장

2013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그녀(Her)>에서 남자 주인공은 인공지능(AI)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집니다. 이 운영체제는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사만다라고 정하고 인간과 교감합니다. 사만다는 육체는 없지만, 감정을 느끼고 정체성의 혼란까지 겪습니다.

영화 애호가 사이에 ‘저주받은 걸작’으로 잘 알려진 1982년 작 <블레이드 러너>에는 인조인간 ‘레플리칸트’가 등장합니다. 레플리칸트는 인간과 동등한 지적 능력을 갖췄고, 육체적 능력은 인간을 능가합니다. 이들은 인간 대신 전투나 우주개발 같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데 수명이 4년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레플리칸트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특수경찰팀(블레이드 러너)이 이들을 찾아내 폐기합니다.

속편이 6탄까지 나온 영화 <터미네이터>(1984)에서는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전략방어 시스템 ‘스카이넷’이 핵전쟁을 일으킨 뒤 살아남은 인간들을 지배합니다. 인간들은 스카이넷에 대항해 싸우고 스카이넷은 인간의 지도자를 죽이기 위해 ‘과거’로 킬러 로봇을 보냅니다.

SF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위에 나오는 영화를 다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인간과 AI가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만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2014년에 처음 개봉했는데,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재개봉’을 할 정도로 팬이 많습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개봉 당시에는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외면당했지만, 이후에 ‘재평가’를 받아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2017년에는 35년 만에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나오기도 했죠. <터미네이터>는 제임스 캐머런이라는 세계적인 감독의 탄생을 알린, 설명이 필요 없는 시리즈입니다.

독자님들은 당시에는 ‘먼 미래’를 그린 이 영화들의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그녀>의 배경은 바로 올해, 2025년입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이제는 과거가 된 2019년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터미네이터>에서 스카이랩이 핵전쟁을 일으킨 때는 1997년, 그리고 킬러 로봇을 과거로 보내는 때는 2029년입니다. 앞으로 4년밖에 남지 않았네요.

지난 1월 10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로봇을 위한 챗GPT의 모멘트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챗GPT가 AI 시대를 연 것처럼 조만간 ‘물리적 AI 시대’, 곧 로봇의 시대가 다가올 것이란 의미입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수십 년 전 SF영화가 그린대로 인류의 도우미가 될까요, 아니면 적이 될까요. 주간경향 이번 호는 표지 이야기로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의 시대를 전망해봅니다.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너나없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지금, 한국기업들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기술발전에 따른 사회적 논의 필요성도 제기합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도 인터뷰했습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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