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남극 케이프워싱턴-혹독한 남극서 피어나는 황제펭귄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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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0) 남극 케이프워싱턴-혹독한 남극서 피어나는 황제펭귄의 사랑

2016년 12월 남위 74도, 황제펭귄 서식지 케이프워싱턴을 찾았다. 남극특별보호구역인 케이프워싱턴은 남극 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 연안에 있는 장보고과학기지에서 15분 정도 헬기를 타고 가면 도착한다. 석양을 배경으로 마주한 황제펭귄 가족의 모습에서 혹독한 남극에서의 평화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황제펭귄은 겨울에 알을 낳고, 태어난 새끼를 키우는 유일한 동물이다. 남극 곳곳에 흩어져 살다가 3월 말~4월 초 집단 번식지에 수천마리가 집단을 형성한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겨울이 시작되는 5월 초~6월 초 알을 낳고, 7월 초~8월 초 알이 부화한다.

육아는 수컷의 몫이다. 수컷에게 알을 맡긴 암컷은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난다. 수컷은 암컷이 돌아오기까지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영하 50도의 강추위와 초속 50m 이상의 눈보라 속에서 갓 태어난 새끼를 돌봐야 한다. 육아 중에 수컷은 얼음 조각을 깨어 수분만 섭취할 뿐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암컷이 돌아오면 드디어 수컷이 먹이 사냥을 위해 바다로 떠난다. 굶주린 수컷은 뼈에 남겨둔 약간의 지방에 의존해 바다로 향한다. 수컷이 기력을 회복해 다시 서식지로 돌아오면 이제 암컷과 함께 바다로 나간다. 남은 새끼들은 집단을 이뤄 부모를 기다린다.

12월의 남위 74도는 해가 완전히 저물지 않는 백야 기간이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 남극의 석양이 얼음 평원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인다. 함께 크릴 사냥을 나갔던 부부가 새끼가 기다리고 있는 보금자리로 돌아오면 다시 모인 가족은 평화로운 남극의 밤을 맞는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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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