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본 세상] 겨울 진객의 힘찬 날갯짓](https://img.khan.co.kr/weekly/2025/01/14/news-p.v1.20250109.1b59a87823ca453bbe10322b87a26e92_P1.jpg)
한강에는 겨울에만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있다. 우리가 흔히 ‘백조’로 알고 있는 고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한반도로 내려온다. 우리나라를 찾는 고니류는 큰고니, 고니, 혹고니 등 3종으로 알려져 있다.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아래 산곡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인 당정섬 주변은 큰고니의 대표적인 놀이터다. 이맘때면 제법 많은 수의 고니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조류 사진 마니아들에게는 유명한 출사지이기도 하다.
한파가 찾아온 지난 1월 7일 고니 사진을 찍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수십 마리의 큰고니가 강변에 모여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매서운 날씨 탓인지 고니 떼는 부리를 날개에 파묻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서로의 체온을 통해 혹독한 추위를 이기는 남극의 황제펭귄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차게 비행하는 모습을 찍으려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매서운 강바람에 코끝이 시려 올 때쯤 기회가 찾아왔다. 고니가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 앞다퉈 날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수면을 박차며 비상하는 큰고니의 힘찬 날갯짓에 새해 소망도 함께 띄웠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