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쯤만 해도 내가 사는 집 건물 앞엔 분리수거함이 놓여 있었다.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병, 건전지 등으로 나누어진 큰 봉지에 입주자들이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분리해 넣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얼마가 지났을까, 분리수거함이 사라졌다.
일부 입주자들은 엄연히 분리수거함이 있는데도 분리배출이 귀찮은지 재활용품을 뭉텅이로 던져놓았다. 분류를 잘못한 것도 많았다. 분리수거함 앞은 항상 지저분했다. 폐쇄회로(CC)TV가 있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결국 정리는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업체 몫이 된 것 같았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쓰레기를 대충 버릴까’ 생각하던 와중 분리수거함이 없어졌다. 분리배출을 아예 포기해버린 것이다.
지금 집 건물 앞엔 제대로 분리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재활용품이 마구 쌓여 있다. 봉투에 담지도 않은 채 그냥 버려진 것도 있다. 그런데도 수거 업체는 때가 되면 모두 가져갔다. 구청이든 누구든 재활용품을 제대로 버리라고 지적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엉망으로 버려도 나중에 보면 치워져 있으니 계속 엉망으로 버린다. 시민들의 무관심, 부실한 재활용 시스템의 결과는 재활용 선별장으로 간다. 우리가 버린 것들 속에서 재활용 가능한 것을 사람이 일일이 선별한다는 것을 재활용 선별장 취재 중 알았다. 휙휙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컨베이어벨트 위 쓰레기를 파헤쳐 재활용품을 집어내는 여성 노동자들의 ‘전쟁과 같은’ 노고가 있어 그나마 최악의 환경오염을 막아내고 있었다.
취재하며 가장 놀랐던 것은 그간 재활용품이라고 버렸던 것 중 상당수는 실제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활용 선별장의 노동자 수가 부족해 재활용품을 다 집어내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제품 자체가 여러 소재로 혼합돼 있거나 재활용할 수 없는 소재로 만들어져 있는 탓이다. 플라스틱을 덜 쓰고, 안 쓰려고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비로소 한다. 정부의 플라스틱 정책을 정비하고 기업의 생산 단계부터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플라스틱은 한번 만들어지면 분해되기까지 수백년이 걸린다고 한다. 플라스틱이 사람보다 오래 산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